바르톨로메오 에스테반 무리요 작 ‘로사리오의 성모’, 1675~1680년.
성모 성월이면서 가정의 달인 5월이다. 예수님의 어머니이자 우리 모두의 어머니인 성모님을 더 깊게 묵상할 수 있는 책과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봤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철학자, 믿음의 여인을 묵상하다
베른하르트 벨테 신부/ 조규홍 옮김
가톨릭출판사
“은총은 하느님에게서 창조된 우리 인간이 하느님께 마음을 여는 순간 우리에게 주어지며 변화를 일으킨다. 그렇게 교회는 가르친다. 하지만 은총이란 용어는 현대인들에게 어느덧 추상적이며 난해하게 들리는 용어가 되어 버렸다. 도대체 그와 같은 사건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줄 수 있을까? 또 어째서 성모님이 은총의 모범적인 인물이 되실 수 있다는 말인가?”(114쪽)
성모님은 모범적인 신앙의 표징이다. 마리아에서 예수님의 어머니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으로 모시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 성모님에 대해 바로 알고 그 삶을 따르는 데 지침이 될 만한 책이 나왔다. 독일의 종교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베른하르트 벨테(1906~1983) 신부가 쓴 「철학자, 믿음의 여인을 묵상하다」이다.
저자는 자신이 몸담았던 프라이부르크 알버트 루드비히 대학교 성당에서 주기적으로 성모님에 대해 강연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성경 속에 나타난 성모님과 예수님의 일화를 섬세하게 살피며 이를 구원 역사 전체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또 가톨릭의 전통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성모님 호칭과 그에 관련된 용어, 여러 상징의 유래와 뜻을 알기 쉽게 풀이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성모님에 대한 신심을 바로 세우고 더욱 깊이 묵상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므로 우리도 저 원죄 없이 태어나신 여인에게 눈을 떼지 않으면서 요한 세례자가 그랬던 것처럼, 그 빛을 증언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빛이 되어 줄 수 있다면, 그만큼 그 빛은 우리를 위해서도 더 확고하게 증언해 줄 것이요, 우리의 마음을 훨씬 더 밝고 더 기쁘게 이끌어 줄 것이다.”(91쪽)
스무 개의 YES
데니스 M. 맥닐 신부 / 한덕현 신부 옮김
바오로딸
“성모 마리아는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는 모든 이와 당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모든 이를 위해,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일과 이 놀라운 일을 하신 하느님께 기쁘게 ‘예’라고 대답하십니다.”(99쪽)
성모님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묵주 기도가 떠오른다. 성모님과 함께 바치는 묵주 기도의 환희·빛·고통·영광의 신비에는 저마다 예수님의 생애와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신 성모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깊게 묵상할수록 신앙적으로 한층 성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무 개의 YES」는 이 묵주 기도의 신비를 ‘스무 개의 예’라는 관점에서 묵상한 책이다. 미국 클리블랜드교구 원죄없는잉태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는 저자 데니스 M. 맥닐 신부는 묵주 기도의 모든 신비 안에 스무 개 이상의 ‘예’라는 응답이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때로는 예수님이, 때로는 성모 마리아가, 때로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모든 사람이 각각 ‘예’라는 응답으로 서로 이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묵주 기도의 모든 신비에 ‘예’라는 응답이 있었기에 하느님의 구원 신비가 이루어졌음을 강조하며, 그 모범적인 사례를 상세히 소개한다. 독자들 또한 묵주 기도가 주는 값진 선물을 발견하고 하느님의 부르심에 ‘예’라고 응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반항 천사와 충실 천사
바르바라 바페티 / 김희중 대주교 옮김
생활성서
아이가 ‘죄’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네 아이의 엄마이자 이탈리아 페루자의 ‘테네레짜의 집’ 가정 공동체 일원인 바르바라 바페티는 “성경에서 ‘죄’라는 단어는 원래 과녁을 맞히지 못하고 빗나가게 쏘는 걸 의미한다”며 “‘과녁’대신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으로 바꿔보면 어렴풋이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반항 천사와 충실 천사」는 그녀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신앙 도서다. 하느님께 반항한 교만한 천사 루치펠과 주님께 한결같이 충실한 미카엘 대천사의 이야기부터 원죄·용서 등 죄와 관련된 10여 개의 소주제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라는 큰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36쪽의 짧은 분량에 글의 이해를 돕는 그림까지 더해 부담감을 줄인 대신, 깊이 있는 내용으로 교회의 주요한 가르침과 신앙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핵심적인 교리를 충실히 담았다.
“하느님은 우리가 죄를 지을 수 있다는 것도,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도 모두 알고 계셔요.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나 우리를 용서해 주세요.”(6쪽)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을 사랑하는 것을 겁내지 마세요. 그러면 우리는 죄에서 더 멀어지고 하느님의 마음에는 더욱 가까워질 거예요.”(15쪽)
광주대교구장을 지낸 김희중 대주교가 번역했다.
욕 좀 하면 어때서
정진 글·서희주 그림
북스토리아이
말은 실체가 없다. 그래서 언어적인 폭력이 마음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면, 고운 말 역시 타인에게 눈에 띄지 않는 감흥을 남기는 동시에 쓰는 이의 올바른 성품을 드러낸다.
「욕 좀 하면 어때서」는 어린이를 위한 대화의 기술을 수록한 책이다. 정진(로사) 동화 작가가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을 인터뷰한 뒤 현장감 있는 이야기로 어린이들이 노출될 수 있는 언어폭력의 종류와 각각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대개 뜻도 알지 못한 채 친구들끼리 재미로 주고받는 욕과 나쁜 언어 습관의 사례를 재미난 삽화와 함께 풀어내 흥미를 더한다.
저자는 “아름다운 우리말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고, 스스로 자신의 잘못된 언어 습관을 고쳐 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며 “바르고 좋은 말을 배워서 쓰려고 노력한다면 우리는 훨씬 행복해지고 함께 사는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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