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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함께 다정히 빚어낸 신앙인의 삶과 미학 2024-04-30

팔순을 바라보는 어머니와 50대에 접어든 딸이 함께 살아온 순간들을 표현한 작품을 모아 특별한 전시를 연다.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3전시실에서 5월 8~16일 열리는 구자희(베로니카·77) 작가와 차영주(비비안나·50) 작가의 2인전 ‘내게 너무 소중한 당신’이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어머니는 가정주부로 살아오다 뒤늦게 2005년부터 유화 페인팅을 공부했지만 전공자인 딸이 보기에도 자신만의 감각을 담은 그림들을 그려냈다. 차영주 작가는 어머니의 그림을 보며 “나는 엄마 딸이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어머니에게 농담처럼 건넨 “둘이서 함께 전시회를 열어 볼까?”라는 말이 계기가 돼 어머니도 ‘아티스트’로서 딸과 전시를 열게 됐다. 구 작가는 이번 전시에 40점의 작품을 출품한다. 그동안 20년째 작품활동을 하며 단체전에는 꾸준히 참여했지만 자신의 대표작들을 망라하는 전시를 여는 것은 처음인 만큼 어느 때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다.


“우리는 인생을 한 번의 순간으로 살 수 없다. 그저 쪼개진 삶의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삶을 이룰 뿐이다.” 구 작가가 ‘내게 너무 소중한 당신’ 전시를 앞두고 떠오른 말이다. 매일 꽃과 풀을 가꾸며 주로 풍경을 그려온 어머니와 24년째 금속공예 작가로 살아오며 우연히 올려다 본 구름에 매료돼 매일 바뀌는 하늘 풍경을 2년째 그리고 있는 딸은 서로의 작품을 바라보다 공감을 얻었다. 반복적으로 풍경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순간들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빚어내는 과정이라는 깨달음이었다.


이 깨달음은 신앙에 대한 재인식으로까지 이어졌다. 반복적인 예술의 여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일상의 신앙생활과 맥을 같이 한다. 실제 구 작가와 차 작가가 모녀 2인전을 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딸인 차 작가가 중학교 2학년 때 먼저 서울 목5동본당에서 세례를 받고 어머니 구 작가는 1년 뒤 딸을 따라 천주교 신자가 된 뒤 25년 동안 함께 같은 본당에서 신앙을 키워 왔던 내력이 깔려 있다. 


구 작가가 이번 전시 출품작 가운데 ‘목5동성당 성모자상’에 가장 애착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종태(요셉) 작가의 따뜻한 성모자상을 구 작가는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성모님과 어리지만 결기 있는 시선을 가진 예수님으로 다시 그려냈다. 작품 안에는 딸과 함께 신앙생활하며 항상 바라보던 성모자상을 통해 신앙인으로 살아왔던 세월을 추억한다는 의미도 녹아 있다.


구 작가의 작품들은 푸른 나무 한 그루, 나지막한 언덕, 잔잔히 흐르는 개울, 색색의 꽃을 배경으로 하는 소박한 풍경을 다루고 있지만 성모님과 예수님의 모습도 같은 결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차 작가의 작품은 하늘이라는 캔버스에 매일 다른 모양과 색으로 펼쳐지는 풍경 속에서 발견한 하느님의 신비와 신앙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이번 모녀 2인전에는 특별한 의미 한 가지가 더 있다. 딸이 어머니의 팔순을 미리 축하한다는 것이다. 3년 뒤 팔순을 맞는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은 점에 각별히 마음을 쓰며 조금은 이른 시기에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차영주 작가는 이번 전시를 찾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풍경은 멈춰 있지 않고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이를 그림으로 그리는 과정은 결국 작가의 예술적 선택 여정의 결과물”이라며 “신앙도 정지된 것이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 하느님께 다가가는 선택 여정임을 느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4-30 오후 1:32:15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