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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온가족 함께 준비하는 첫영성체(박모란 클라라, 인천교구 박촌동본당 27년 차 교리교사) | 2024-04-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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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영성체 하기 위해 아이들은 교리 받으며 기도문 외우기·성경 쓰기 해야 교리시험 통과한 다음엔 학부모와 함께 찰고하기 평일 미사 참여하기 등 준비 아이 통해 성가정으로 변화 우리 성당에선 가족사진 찍고 ‘포토북’ 만들기 행사 마련 2~3시간 걸려 사진 찍는데도 아이들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 진동이 계속 느껴집니다. 모르는 번호라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받았습니다. “선생님, 저는 ○○동본당 신자입니다. 제 아이가 올해 첫영성체를 받아야 하는데 박촌동본당에서 받을 수 있을까요?” “아이가 첫영성체를 받을 나이가 됐군요? 첫영성체는 지금 자매님이 다니시는 ○○동본당에서 받으셔야 합니다.” “저희가 1년 후에 박촌동본당 구역으로 이사 갑니다. 박촌동본당에서 첫영성체 교리교육을 잘해준다고 해서 받고 싶어 문의드렸습니다.” ‘첫영성체’란 말만 들어도 가슴 뜁니다. 첫영성체를 받을 아이들의 예쁜 얼굴을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처음으로 내 몸 안에 모시는 일이 얼마나 놀랍고도 축복된 일인가요? 첫영성체를 하기 위해 아이들은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우선 첫영성체 교리를 받으며 기도문 외우기·성경 쓰기를 해야 합니다. 교리시험을 통과한 다음엔 학부모와 함께 찰고(교리문답 시험)하기·첫 고백 준비하기·첫영성체 예절 연습하기·첫영성체 받기 전 일주일간 평일 미사 참여하기 등 첫영성체의 은총을 받기 위해 하나씩 준비해 나갑니다. 학부모들도 성경 쓰기를 하고 교육을 받으며 자녀의 첫영성체를 위한 준비와 기도를 합니다. 관면 혼배를 하지 않아 조당이 걸려 있는 학부모에게는 첫영성체 서류 준비과정을 통해 관면 혼배를 준비하게 합니다. 이렇게 첫영성체를 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를 없애니 가족 모두가 성당을 열심히 다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다문화 가정 자녀 첫영성체 서류를 준비하다 당황스러운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 어머니가 베트남에서 세례·견진성사를 받고 한국인과 혼인해 교적을 옮겼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교적이 없었습니다. 알아보니 교적을 옮길 당시 근무했던 본당 사무장의 실수로 교적이 사라져버린 것이었습니다. 처음 맞는 상황이었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첫영성체를 하려면 교적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와 본당 신부님·새 사무장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교적을 다시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침내 사무장님의 노력으로 새 교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한편, 교적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 아버지는 “본당에서 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느냐”며 불편함을 내비쳤습니다. 그런 그분을 설득해 관면 혼배까지 준비하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 어머니가 제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랑 우리 ○○이 성사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잡은 손에서 떨림이 느껴졌습니다. 첫영성체는 받는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즉 아이를 통해 성가정으로 변화하는 과정입니다. 저와 신부님은 입버릇처럼 늘 이렇게 말합니다. ‘첫영성체를 통해 가족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체험한 뒤, 그 사랑을 이웃에게 나누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해내는 것’이 저희 임무라고요. 그래서 박촌동본당은 첫영성체 때마다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 사진을 찍어 ‘포토북’ 만들기입니다. 이때는 할아버지·할머니까지 온 가족이 함께합니다. 포토북 촬영을 하면서 아이들은 신이 납니다. 넓은 잔디밭에서 뛰어다니며 비눗방울을 날리거나 예쁜 꽃을 갖고 맘껏 자세도 취해 봅니다. 2~3시간이나 걸려 사진을 찍는 데도 아이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주님! 이 아이들이 주님의 작은 사도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하여 주십시오!’ 박모란 클라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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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24 오후 2:32:11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