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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롭고 파괴적인, 기후 위기 고백하다 2024-04-24

 

닉 브랜트 작 ‘Onnie and Keanan on Seesaw, Fiji’


지구에게 바치는 고해성사 주제
국내외 사진작가 5명 참여
해수면 상승·사막화 등 담아


말이나 글보다는 ‘이미지’의 파급 효과가 강력한 시대다. ‘위기’를 경고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내 갤러리 신당에서 개막한 ‘CCPP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 - 컨페션 투 디 어스(Confession to the Earth)’는 세계적인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사진으로 전달한다.

‘CCPP’는 ‘Climate Change Photo Project’의 약자로, 조세현(중구문화재단 사장) 조직위원장을 필두로 관련 프로젝트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지구에게 바치는 고해성사’라는 주제로 개최된 첫 전시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인간과 동물, 광활한 대지의 아픔, 그리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공동의 집 지구를 돌아보고자 우리나라와 독일·미국·영국의 사진작가 5명이 참여했다.

마이클 잭슨 등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다 사진 작업을 이어온 닉 브랜트(미국)는 ‘The Day May Break’ 시리즈에서 지치고 무기력해 보이는 인간과 동물의 모습을 통해 지구에 닥친 위협적인 변화를 경고한다. 또 피지섬 연안에서 수중 촬영한 ‘SINK / RISE’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은 사람들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맨디 바커 작 ‘Penalty-Europe’


섬뜩한 아름다움을 지닌 해양 플라스틱 사진은 다수의 수상 경력을 지닌 작가이면서 환경운동가인 맨디 바커(영국)의 작품이다. ‘바다를 뒤덮은 존재’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어린이 장난감·조화·주사위 등 과소비된 플라스틱이 해양을 뒤덮은 모습을, ‘Still’ 시리즈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 로드 하우 섬에서 발견된 뱃속에 가득 찬 플라스틱으로 죽어가는 붉은발슴새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의 변화를 촉구한다.
 

톰 헤겐 작 ‘호이어스도르프 인근 탄광’, 독일 작센.


다수의 국제 사진상을 수상한 톰 헤겐(독일)은 인류의 거대한 욕망이 개입된 지구 표면상 인간의 다양한 흔적을 항공사진으로 표현했다. 자칫 추상화처럼 보이는 사진들은 논밭을 경작하고, 길과 터널을 내고, 석탄을 비롯한 천연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땅에 구멍을 뚫는 등 인간이 필요에 의해 너무나 많은 권리를 주장하면서 변화된 지구의 표면을 직시한다.
 

잉마르 비욘 놀팅 작 ‘Eviction(강제 퇴거)’

 


잉마르 비욘 놀팅(독일)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조금 더 직관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늘어난 석탄 채굴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와 경찰의 계속되는 충돌, 지구 기온 상승 저지선 1.5도를 지키기 위한 현장의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대성 작 ‘Ghoramara(고라마라)’


이대성(한국) 작가는 몽골과 인도 동북부의 고라마라 섬 등 아름다운 풍경 속에 사막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식 등 변해버린 환경과 그럼에도 그 지역에 머물 수밖에 없는 주민들의 비극적인 상황을 담았다.

5명의 작가가 기록한 100여 점의 사진은 얼핏 보면 평온하고 아름답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태롭고 파괴적이다. 석재현 예술감독은 “세계적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마련된 전시는 현재의 지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안타깝고 치열한 고백”이라며 “오늘의 작은 고백이 푸른 별 지구에서 다시 살아가기 위한 커다란 희망의 고백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갤러리 신당 재개관 기념 기획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8일까지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2-2230-6600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04-24 오후 2:12:11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