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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파 그림처럼… 한 작품에 담긴 여러 의미와 시선 2024-04-24
 
(작품 1) 모든 성인 : 템페라, 74 x 49 cm, 17세기 말, 개인 소장, 파리, 프랑스. 화면에 병치·대치·여러 개의 공간 등이 망라된 이콘의 사례다.


하느님의 초월성 표현 위해
구성 방식에 중첩·병렬·대치를 활용하거나
의도적으로 미학적 형식 왜곡

하느님 세계에는 하느님의 빛만이 존재하기에
그림자가 없고 인물 눈동자에 흰점 찍지 않아




3. 이콘의 구성

동양사상에서 등장하는 무(無)의 개념과 서방에서 등장하는 초월성을 설명하기란 어렵습니다. 전부이면서 아무것도 아니고 어느 곳에도 없으면서 동시에 어느 곳에나 있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구약에서 바람은 하느님의 영이며 생명을 주시는 숨이고, 하느님께서 사용하시는 도구로 해석합니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붑니다. 보이지 않는 공기의 움직임을 바람이라고 하며, 하느님의 초월성을 느낄 수 있는 대리 역할이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초월성을 표현하기 위해 이콘은 부정주의·정적주의·신화사상을 종합하여 독특한 미학을 형성하였습니다. 등장 인물의 경직성, 그림의 고요함, 피부의 갈색, 빛의 표현, 일정하게 굽이치는 머리카락, 직선과 평행선처럼 움직이는 옷 주름들, 바라보는 눈의 위치, 원근법의 반대 현상, 색깔의 의미, 금의 사용과 의미, 몸에서 발산하는 빛 등은 앞서 언급한 신학 사상의 회화적 표현입니다.

이콘의 구성과 처리 방법에서도 그것이 드러납니다. 각각의 사건과 인물의 위치와 의미에 따라 개별 공간을 두어 구성하고, 화면 전체를 여러 겹으로 겹치거나(중첩) 또는 나란히 늘어놓거나(병렬), 혹은바라보는 방향을 여러 개로 응용하여 배열합니다. 이러한 방법은 현실 세계와 맞지 않는 모순(矛盾)이발생합니다. 이러한 구성은 좁은 화면에서 많은 내용을 보여주면서도 질서를 유지하게 합니다. 이는 이콘 이미지의 구성 방식에 시각적 응용과 미학적 형식을 의도적으로 왜곡시킴으로써 초월적 대상을 느끼게 하려는 것입니다. 장엄함은 크게, 숭고함은 높게, 종말론적 의식은 미완성으로, 초월적인 상태는 여백으로, 아름답고 충만한 소리는 침묵으로 표현합니다. 그 외에도 과장을 의도적으로 생략하고 여러 개의 시선을 표시하는 다중점·왜곡 등을 써서 나타냅니다.

이콘 ‘모든 성인’(작품 1)은 병치·병렬·대치·여러 개의 공간 등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이콘의 맨 윗부분에는 붉은 글씨로 ‘모든 성인’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이 이콘은 최후의 심판과 연결됩니다. 이콘의 가운데에 붉고 푸른 둥근 공간이 있습니다. 가운데에는 황금빛 광채와 더불어 하느님으로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앉아계십니다.

황금색 원 왼편에는 불쌍한 영혼을 위해 청원하는 성모 마리아(성자 하느님 옥좌의 오른편)가 있고 오른편에 요한 세례자가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구세주 탄생 이후의 영혼들을 위해, 요한 세례자는 구세주 탄생 이전 구약의 영혼들을 위해 하느님께 청원하는 모습입니다. 그리스도의 머리 위에 팔각 후광이 있는 천사 모습으로 ‘지혜’께서 서 계십니다. 지혜 주위에 천사들의 군단이 있습니다.

창궁의 위아래에는 해와 달·별들이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발 아래에는 최후의 심판 때 오실 주님을 위해 준비된 옥좌가 있습니다. 그 옥좌 위에는 청색의 천이 놓여있습니다. 옥좌 뒤에는 그리스도에 의해 윗부분이 가려진 갈색 십자가가 걸쳐 있습니다. 옥좌 앞에는 아담과 하와가 무릎을 꿇고 하느님을 경배합니다. 성자 하느님 좌우에는 군중이 다섯 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천사 군단 아랫부분에는 왕·예언자·구약의 성조들이 있고, 그 밑에는 예수님의 사도들이 있습니다. 그 아래 계층은 교부·주교·사제들입니다. 그 밑의 왼쪽은 순교자들, 오른쪽은 은수자들과 수도자들입니다. 가장 아랫부분 왼편에는 성덕이 가득한 귀부인들이 있고 맞은 편에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반 나신의 늙은 여인이 있는데 이 여인은 이집트의 마리아이며 속죄와 참회 여인으로 성녀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성자 하느님의 옥좌 주위에 복음 사가들의 상징인 사람(마태오)·사자(마르코)·소(루카)·독수리(요한)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콘의 맨 윗부분 왼쪽 가장자리에 다윗왕이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환호하여라. 올곧은 이들에게는 찬양이 어울린다”(시편 33,1)라고 적힌 두루마리를, 오른쪽에는 솔로몬왕이 “저희의 하느님, 당신께서는 어지시고 진실하시며 분노에 더디시고 만물을 자비로 통솔하십니다”(지혜 15,1)라고 적힌 두루마리를 펴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단부에는 나무와 꽃들이 만발한 천국에 노인 두 명이 있습니다. 왼쪽(하느님 시각의 오른쪽)은 아브라함, 오른쪽은 야곱입니다. 그들은 금색이 어우러진 옥좌에 앉아서 회백색의 천을 들어 올려 수많은 영혼을 품 안에 거두고 있습니다. 그 영혼들은 밖을 바라보고 있으며 의로운 영혼들입니다.

아랫부분 가운데에는 하체만을 가린 채 긴 붉은 십자가를 어깨에 걸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 처형을 받고, 주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천국을 허락받은 착한 도둑입니다. 이 이콘은 마치 입체파 그림처럼 여러 개의 의미와 시선을 한 작품 안에 담아 총체적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품 2) 성모님의 얼굴(일부) : 템페라, 94.5 x 80.3cm, 14세기, 성 클레멘스 성당, 오흐리드, 마케도니아.


4. 눈동자에 반사하는 흰 점은 찍지 않는다

이콘은 눈동자에 반사하는 흰점을 찍지 않습니다. 반사하는 반사광을 사용한다면 사실적이고 좀더 생생한 느낌을 줄 수 있는데도 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탈물질화를 다룬 장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실제 모습을 사실 그대로 표현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하느님 세계에서는 하느님의 빛만이 존재한다는 성경 내용이 이콘 세계에도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하느님의 빛은 물리적인 빛, 즉 태양 빛이나 전기나 불빛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공간과 관계없이 두루 퍼져 있습니다. 또 빛은 그의 창조물 모든 곳을 비추기 때문에 화면 내부에는 그림자가 생길 수 없게 됩니다. 하느님의 도성에서는 하느님 빛만이 존재하기에(묵시 21,23 참조) 그림자가 없으며, 인물 눈동자에도 흰점을 찍지 않습니다. 이렇듯 이콘은 모든 시간이 모여있다는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치 그리스도의 재림 때와 같이 전 인류가 동시간(同時間)에 하느님과 함께합니다. (작품 2)
 
(작품 3) 천장화 : 모자이크, 5세기, 성 요한 세례당, 피렌체, 이탈리아. 내용은 최후의 심판이며 온 우주의 창조자는 예수님으로 표현되어 있다.

5. 이콘의 배치

교회 역사 안에서 성화에 대한 논란 후 이콘이 용인되면서 서방교회에서는 주로 가르침이나 교육적인 목적으로 이콘이 쓰였습니다. 동방교회에서는 성인 성녀를 함께 현존시킴으로써 공동체의 증인으로, 또 공동체 삶에 동참하고 장려하려는 의도로 그려졌습니다. 또 교회 벽을 장식함으로써 전례에 나타나는 사실들, 즉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대 위는 하늘을, 제대 밑은 땅을 나타냅니다. 하늘과 땅,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인 전례 안에서 특히 미사 중에 성모 마리아와 성인들을 현존시킴으로써 인간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 보호 안에 들어가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스도를 만물의 창조자(Pantokrator)로 천장화에 나타냈습니다. 그분은 만물을 지배하시는 권위자로 군림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시고 받아들이시는 구세주로서 축복하는 모습입니다. (작품 3)
 

김형부 마오로
[가톨릭평화신문 2024-04-24 오후 1:52:11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