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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경식 원장에게 가난한 환자는 하느님 선물이었다" | 2024-04-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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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를 한 푼도 낼 수 없는 이들이 다른 어떤 환자들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물임을 발견한 것도 이 진료실이며, 그런 이유 때문에 지난 세월 진료실을 떠날 수 없었다. 돌이켜 보면 환자들은 내게는 선물이나 다름없다.” ‘원장 선우경식’ 자수가 놓인 흰 의사 가운 위로 고 선우경식(요셉, 1945~2008) 원장이 남긴 글이 자막으로 올라갔다. 16일 서울 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 요셉나눔재단법인(이사장 유경촌 주교)이 마련한 ‘선우경식 원장 16주기 추모 미사와 출판기념회’에 앞서 선우 원장의 추모 영상이 올라가자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영등포역 인근에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무료 진료소 ‘요셉의원’을 열고, 평생 ‘가난한 이들의 의사’로 살아온 선우 원장. 영상에는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머리카락이 빠진 채 환자를 진료하는 그의 마지막 모습과 함께 운구 행렬을 바라보면서 가슴 치며 우는 쪽방촌 주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16주기 추모 미사를 주례한 구요비(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는 “선우 원장님은 1987년부터 2008년까지 21년간 요셉의원에서 가난한 환자를 돌보는 일에 자신의 삶을 오롯이 바쳤다”며 “요셉의원을 찾아온 환자뿐 아니라 다리 밑이나 쪽방촌 등을 찾아다니며 찬 바닥에 무릎 꿇고 환자를 살핀 분”이라고 회고했다. 구 주교는 “선우 원장님은 이웃 안에 숨어 계신 성인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한참을 울먹였다. 미사 후에는 이충렬(실베스테르) 전기 작가가 쓴 「의사 선우경식」(위즈덤하우스)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요셉나눔재단법인 사무총장 홍근표 신부는 “2년 전 요셉의원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한 일이 선우 원장님의 기념 사업이었다”며 “선생님이 떠나신 후 선우 원장님을 모르는 의료 봉사자들이 많아 인터뷰하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해 전기를 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충렬 작가는 감사패를 받았다. 요셉의원 고영초(가시미로) 병원장은 인사말에서 “선우 원장님의 주치의로 돌아가시기 전 2년간 돌봐드렸는데, 38년간의 교수직을 마치고 지난해 후임 병원장으로 온 것이 하늘에서 원장님이 이끌어주신 듯하다”고 밝혔다. 요셉의원 2대 병원장인 이문주(성사전담사제) 신부는 “선우 선생님은 항상 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포켓) 성경을 갖고 다니셨고, 어려운 사람을 찾아갈 때는 빈손으로 가지 않고 항상 토마토 한 봉지라도 사서 선물하시는 분이었다”고 기억했다. 이날 행사에는 구요비 주교를 비롯해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윤병길(국장)·하성용(부국장) 신부, 필리핀 요셉의원 원장을 지낸 장경근(서울대교구) 신부와 선우 원장의 여동생 선우헬레나씨, 신완식(루카) 의무원장 등 요셉의원에서 봉사해온 의료진과 수도자 및 평신도들이 함께했다. 「의사 선우경식」은 가난한 환자들과 평생을 함께해온 선우 원장의 삶과 영성, 내면세계를 담아낸 책이다. 그가 남긴 수첩과 일기장, 수도회 소식지, 증언 녹취록, 신문 인터뷰 기사 등을 바탕으로 어떻게 의사가 됐고, 요셉의원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등을 대화체로 기록, 소설 형식으로 녹여냈다. 인세는 요셉나눔재단법인에 전액 기부한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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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24 오전 11:32:11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