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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5주일 - 예수님 안에 머무르는 삶 2024-04-24


포도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오늘날의 팔레스티나 지역에서 자라는 밀과 보리, 무화과와 석류, 올리브와 대추야자와 함께 축복받은 일곱 가지 대표 산물 중 하나입니다. 성경에는 포도나무·포도원·포도주·건포도·포도즙 등 다양한 표현으로 포도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오늘 복음은 포도나무의 비유입니다.

요한 복음은 예수님께서 수난 직전 마지막 만찬 석상에서 제자들에게 하신 일련의 고별 말씀을 상당히 길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중의 한 대목이 오늘 복음인 포도나무의 비유인데, 당신 제자들에게 전하는 고별사여서 마지막 당부의 어조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 핵심은 “내 안에 머물러라!”(요한 15,4)라는 요청에 담겨있다고 생각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당시 예수님의 제자들과 더 나아가 오늘의 제자들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님 안에 머무는 삶’이야말로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이고 하느님 사랑의 실천이라는 열매를 맺는 길임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머물다’라는 동사가 여러 번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성경 원어로 ‘붙어 있다’와 동일한 단어입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5,5 참조) 포도나무와 가지처럼 예수님과 우리는 지속적이고 끊임없이 교류하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나무가 뿌리를 통해서 끌어오고 줄기를 따라 위로 보낸 수액은 마지막 작은 가지를 통해 맨 끝의 이파리까지 전해집니다. 그래서 한 나무는 동일한 수액으로 살아가고, 나무 줄기와 그에 붙어 있는 가지들의 생명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성령 안의 생명은 그분 자신의 생명과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분 안에 머무를 때 우리는 그 생명을 계속해서 부여받게 됩니다.

그러나 포도나무에서 잘려나간 가지는 시들고 말라버려 다시는 열매 맺지 못하듯이, 우리가 예수님과의 친교와 일치 안에서 살지 않는다면 영적인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떠나는 순간부터 우리 안의 영적인 생명도 점차 사라집니다. 임신부의 자궁 안에 있는 태아를 상상해보십시오. 태아는 탯줄로 어머니와 이어져 있고 그 탯줄을 통해 양분을 공급받으며 생명을 유지하고 키워갑니다. 우리도 예수님과 그렇게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분에게서 떨어져 나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참조)

포도나무에 붙어 있어 더 많은 열매를 맺는 가지들처럼 우리가 예수님 가르침에 따라 충실하게 살아간다면 우리의 영적인 생명력도 점점 더 충만해질 것입니다. 갓난아기는 놀라운 생명을 지닌 존재이지만 그 아이가 자라지 않는다면 큰 문제입니다. 우리의 영적인 생명도 계속해서 성장하여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육체적 성장은 어느 시점에서 그 절정에 달했다가 점점 쇠퇴해가지만, 영적인 생명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완성을 향하여 상승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포도나무요 우리는 그 나무의 가지이니 우리가 그분 안에 머무르며 그분 말씀에 따라 살아간다면 우리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당신 뜻을 이루어가실 것입니다. 예수님 안에 머무르는 삶은 그분의 역사하심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기꺼이 우리 자신을 그분께 내맡기는 것이며, 그분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우리도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한 열매를 풍성하게 맺게 될 것입니다. 성령을 통해 우리 안에 심어주신 하느님의 거룩함을 잃지 않도록 예수님 안에 더 깊이 머물도록 합시다.
 


유승록 신부
[가톨릭평화신문 2024-04-24 오전 8:52:08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