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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선용 위해 마음의 지혜 모아야 2024-04-24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를 위한 「종합보고서」 17장 ‘디지털 환경에서의 선교’는 디지털 문화 안에서 그동안 우리가 하느님과 맺어온 관계 형성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디지털 환경이 학습 과정, 시간, 공간, 몸 그리고 인격적 관계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종합보고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야 하며, 이에 대한 교회의 구체적인 증언이 요구된다고 보았습니다.

특별히 「종합보고서」 17장은 다루어야 할 질문으로 인터넷 사용의 증가가 집단 따돌림, 허위 정보, 성적 착취와 중독 등을 통하여 피해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구체적인 온라인 활동과 관련해서는 불행히도 신앙과 관련된 주제들을 피상적으로 양극화하는 방식이나, 심지어 증오를 심어주는 형태로 다루는 사이트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 공간이 안전할 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생명을 보장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공 지능과 마음의 지혜 : 온전한 인간 커뮤니케이션을 향하여''란 제목으로 발표한 제58차 홍보 주일 담화를 주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황은 담화를 통해 우리가 인공지능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그 위험성과 이에 따른 병폐도 경험해왔음을 분명히 합니다. 특히 인공지능 체계가 중립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오용됨으로써 해롭고 차별적이며 사회적으로 부조리한 영향력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시장이나 권력의 이익을 위한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하였습니다. 인공지능의 활용이 검증되지 않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집단 편향을 유도한다면 대인 커뮤이케이션을 방해하고 인류 자체를 위협하여 사물의 진리를 근본적으로 잃어버리게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공지능 활용으로 대표되는 기술 발전이 인간성을 빈약하게 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여 우리의 성찰이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마음의 지혜를 회복하고 현실을 바라보는 영적 관점을 갖춰야만 우리는 시대의 새로움을 읽고 해석할 수 있으며 온전한 인간 커뮤니케이션으로 가는 길을 재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교황의 의견입니다.

담화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는 마음의 지혜는 우리가 전체와 부분, 우리의 결정과 그 결과, 우리의 고결함과 취약함, 우리의 과거와 미래, 우리의 개성과 더 큰 공동체 안의 소속감을 한데 통합할 수 있게 하는 덕목입니다. 성령의 선물인 이 지혜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관계와 상황과 시간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그 참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내적 자리인 마음 안에서 기술과 인류에 대한 성찰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영성과 내면의 자유를 잃지 않는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간다는 것은 마음의 지혜를 함께 찾아가는 여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제기되는 수많은 질문 앞에서 새로운 수단의 사용에 대하여 신중하게 성찰하고 이 수단들이 지니는 선함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대의 연대가 필요해 보입니다. 모든 세대가 함께 지혜를 모아 연대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함께 걷는 시노드 교회의 모델이 될 것입니다.





한창현 신부
[가톨릭평화신문 2024-04-24 오전 8:32:1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