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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마리아고레띠 2024-04-22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은 뉴욕에 있는 도시 퀸즈 베이사이드 (Queens Bayside)이다.

벌써 18년째 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남편을 한국에 남겨 놓은 채 공항에서의 이별은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고 미국이 이렇게 먼 곳인지는 비행기를  타 보고서야 알았다. 전업주부로 조용하고 부끄럼 잘 타는 나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뉴욕이라는 크고 낯선 도시에 어린 두 딸과 덩그러니 떨어졌다. 

남편이 성당에서 크고 작은 봉사활동으로 아프리카를 다녀온 후 아이들을 크고 넓은 세상에서 꿈을 펼치게 해주자는 작은 동기에서 출발한 뉴욕행이 이렇게 된 것이다. 미국 길을 선택할 때 주님의 이끄심에 따라 왔다고 믿었지만 막상 남편 없이 뉴욕 생활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두렵고 힘든 일이었다. 언어는 물론이고 어려운 정보와 불확실한 일들의 연속이였다.

하지만 우리의 불안함 속에 주님께서 함께하셨고 오늘에서 내일로 이끌어주셨다. 온 지 일주일 만에 퀸즈(Queens)에 있는 한인 성당인 ‘정하상 바오로 성당’을 찾아서 아이들과 미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성당에는 모두가 한국 사람들인데도 낯설고 늘 이방인 같은 기분이었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타향살이가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두려움과 불안함이 깊을수록 나는 더욱더 아이들과 기도로 어두운 마음들을 걷어내고 기쁜 마음으로 바꾸어 나가려고 성모님과 주님께 의탁했다.

나는 뉴욕에 온 지 한 달 만에 구역 반장을 하고 성가대를 하면서 주님이 주신 작은 일을 실천하면서 좋은 이웃들도 하나 둘 알게 되었고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했다. 한국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주님 안에서 한 몸(one body)임을 알게 되었다.

기러기 부부였던 우리는 남편이 12년 만에 한국에서의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남편에게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던 사람이 전혀 새로운 일에 적응하기에 힘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어려운 희생이었다. 가족이 함께했기에 그것을 이겨낼 수 있었고 그 어려움 또한 지나갔음을 고백한다. 그 가운데에는 주님 성모님이 함께 해주셨고, 가족처럼 아껴주고 응원해준 이웃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님 포도나무에 붙어 있으니 나의 삶에 주관자이신 아버지께서 나에게 많은 것을 이루어 주셨다. 둘째 딸은 3학년 때 첫영성체를 하고 복사를 시작해서 12학년까지 복사를 했다. 이제는 어엿한 4년차 Sunday school(주일학교) 선생님이다. 그리고 큰 딸은 성당에서 만난 듬직한 사람과 결혼해서 성가정을 이루었다.

18년 동안 뉴욕에 살면서 연약하기만 했던 우리 가족들도 어려움에 적응하면서 알게 모르게 단단해졌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에서 10여년간 떨어져 있던 남편과 완전한 성가정을 함께하게 되어 너무나 감사하다. 신앙생활을 통해 낳은 결과인 우리 가족의 신앙의 나무는 지금도 건강하게 잘 자라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우리 딸들도 각자의 나무로 이웃에게 작은 그루터기의 역할을 해 갈 수 있는 주님의 자녀가 되길 엄마의 마음으로 소망한다. 

그리고 현재 나는 이곳 뉴욕의 퀸즈한인성당에서 작은 봉사로 성소 후원회와 독서직을 하고 있고 개인 영성 생활로 그리스도인 생활공동체(CLC)를 통해서 예수님을 알고 깊이 사랑할 수 있는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하느님 자녀로 온유하고 겸손한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18년 전 낯선 뉴욕에 처음도착하여 어린 두 딸과 불안과 두려움에 떨던 그때와는 다르게 예수님과 성모님 안에서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고 기쁨과 감사의 시간을 보내는 ‘나’ ‘마리아 고레띠’는 행복하다. 나는 오늘도 매 순간을 주님께 의탁하면서 감사하는 생활과 이웃과 함께 봉사하는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We live, move and exist in him.”
우리는 그 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 (사도 17,28)

 

글 _ 정희애 (마리아고레띠, 뉴욕 퀸즈 정하상 바오로 한인 본당)
 
[가톨릭평화신문 2024-04-22 오전 8:12:07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