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뉴스
- 전체 2건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16) 모세의 대변인 아론 | 2024-04-19 |
---|---|
게티즈버그 연설(Gettysburg Address)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연설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라는 대목은 미국 역사에서도 가장 많이 인용되고 가장 위대한 연설로 평가된다. 명연설은 세상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고 국민을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다. 2004년 7월 미국 보스턴에서 3박4일 동안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치인들은 당원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보통 정치가들의 연설은 지루한데 정치신인 버락 오바마의 연설에는 기립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고 단 몇 분 만에 무명에 가까웠던 오바마는 벼락스타가 되었고 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모세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거절할 이유로 자신은 입이 둔하고 말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하느님은 형인 아론을 협조자로 보냈다. 아론은 말을 아주 잘하는 연설가였다. 아론의 출중한 연설 실력과 여유는 파라오에 대항해 이스라엘 민족을 탈출시킬 때 유감없이 잘 드러났다. 그래서 말을 잘 못하는 모세에게 아론은 모세의 최고 대변인이었다. 아론은 동생 모세를 대할 때도 거들먹거리거나 교만하지 않고 지도자라고 부르면서 겸손한 자세를 가졌다. 아론은 순종적이고 온유한 성격을 지녔는데 이러한 마음 좋은 사람의 단점은 다른 이의 말에 잘 휘둘리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지닐 때도 많다는 것이다. 모세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계명을 받기 위해 시나이산으로 들어갔을 때 정치 공백을 아론이 맡게 되었다. 광야 생활에 지친 백성들이 모세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자 자연히 불평불만이 대단했다. 많은 백성이 아론에게 몰려왔고 백성을 지도할 신을 만들자며 우상인 금송아지를 만들었다. 성경에는 아론이 백성들의 요구에 쉽게 응답하여 금송아지를 만드는 데 협조한 이유가 잘 나오지 않는다. 인간적으로 상상을 해보면 모세가 없는 틈에 백성들의 불평을 들으며 혹시 권력을 탐한 것은 아닐까? 모세가 산에서 내려와 금송아지 사건을 보고 크게 화를 낼 때 아론은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백성에게 전가했다. 사실 그에게는 화난 백성의 요구를 거절할 용기도 애초에 없었다. 어떤 사람의 참다운 모습은 책임을 져야 할 때 나타난다. 특별히 정치지도자에게 책임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모세와 아론은 형제이면서도 성격에서 차이점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실제로 오랫동안 두 사람은 서로 대립관계에 있었다. 모세는 형 아론에게 제사장직을 맡기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봉합하고 공동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은 모두가 십인십색이다. 그러면서도 공존하려면 타협과 양보가 필요하다. 나와 다른 타인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공존은 시작된다. 다른 이가 나와 성격과 사고방식, 가치관 생각이 다른 것을 너무 적대시해선 안 된다. 공동선을 향해 함께 나가야 하는 공동체의 같은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
|
[가톨릭신문 2024-04-19 오후 3:09:04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