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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13) 인내하며 하느님을 찬미한 레아 | 2024-0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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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다. 어느 겨울 몹시 추운 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초등학생 형제가 있었다. 뒤에 귀마개와 장갑을 낀 동생이 털모자도 없이 낑낑대며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돌리는 형의 양쪽 귀를 잡고 있었다. 나는 차 안에서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도 목이 메었다. 나도 형과 동생에게 저렇게 따듯던 적이 있나 자연히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느 저녁 형과 영화를 보러 갔다. 막상 극장에 도착했는데 두 사람의 푯값에서 딱 10원이 모자라 영화를 보지 못했다. 풀이 죽은 내가 측은했는지 형은 나를 청계천의 중고 서점으로 데려가 책을 골라주었다. 그때 처음 본 소설이 삼국지였는데 며칠 동안 열심히 보았던 기억이 난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형제자매 사이는 무척 친하면서도 경쟁심을 갖고 있는 존재로 파악한다고 한다. 그래서 형제자매 사이의 어린 시절의 관계는 평생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특히 부모가 자식을 편애하면 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며 어른이 되어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성경에서는 예쁘고 아름다운 동생 라헬에 비해 레아는 눈에 생기가 없었다고 표현한다. 시력이 약하다는 것은 무엇을 볼 때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거나 이마에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당시 근동 지방의 미적 기준의 큰 결점이 되었다. 야곱이 라헬을 선택하는 순간 레아에게 열등감과 질투심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레아는 야곱의 편애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 여성이었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 한 레아는 평생을 동생 라헬에게 마음을 빼앗긴 남편 야곱을 지켜보아야 했다. 레아는 인내심이 강하고 인성이 좋은 여성이었다. 레아의 아들들의 이름에도 남편에 대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첫아들을 르우벤이라 부르며 이제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 희망했다. 레아는 하느님께서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살펴주셔서 아들을 낳아준 자신을 야곱이 사랑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둘째는 하느님께서 자신을 불쌍히 여겼고 호소를 들어주었다며 시메온이라 불렀다. 셋째는 레위였다. 아들을 셋이나 낳았는데도 남편의 마음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레아는 넷째 아들을 출산하여 이제야말로 내가 주님을 찬송하리라는 뜻의 유다라고 이름을 붙였다. 레아는 소극적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끊임없이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레아는 삶이 힘들었어도 절대로 굴복하지 않았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도 잊지 않았다. 아버지 라반의 이기적인 행동과 남편의 냉대, 라헬에 대한 열등감에도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았던 레아를 하느님은 잊지 않았다. “주님께서는 레아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보시고, 그의 태를 열어 주셨다.”(창세 29,3) 하느님은 레아의 마음을 알아주셨고 은총을 내려주셨다. 마태오복음서 1장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보면 예수 그리스도는 다윗의 자손이며, 그 다윗은 레아의 아들인 유다의 후손이다. 결국 레아는 세상을 구할 영광스러운 메시아의 선조가 되었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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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19 오후 3:09:04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