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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미사 전례] (13) 독서대와 독서자 | 2024-0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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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까지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는 한국에서 유일한 ‘설교대’(pulpitum)가 제대를 바라보며 오른쪽 세 번째 기둥에 있었습니다. 현대적 음향 시설이 없던 시절, 성당 회중석 중간에 이런 ‘설교대’를 만들어 복음과 강론 및 특별한 설교를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잘 들을 수 있도록 했지요. 로마의 트라스테베레에 있는 성모 마리아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in Trastevere)은 ‘설교대’에 마이크를 설치해 여전히 복음 선포를 위하여 사용하는 전통과 발전의 조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미사의 말씀 전례는 독서대에서 주로 이뤄집니다. 「로마미사경본 총지침」에 따르면 “독서대에서는 오로지 독서들, 화답송, 파스카 찬송을 한다. 그러나 강론과 보편 지향 기도도 할 수 있다”(309항)라고 합니다. 화답송의 경우 ‘시편 담당자 또는 독서자가 시편 구절을 바치고, 일반적으로 교우들은 후렴을’(129항) 바칩니다. 한국 성당에서는 대개 해설자와 성가대가 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각 성당에 가면 독서자가 독서대에 가면서 인사하는 곳이 있는데, 대개 세 곳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대입니다. ‘십자가의 희생 제사가 성사적 표지로 재현되는 곳이며, 미사에 모인 하느님 백성이 다 함께 참여하는 주님의 식탁’(296항)인 제대는 성찬례로 이뤄지는 감사 행위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집전자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집전자의 인격 안에’(27항) 현존하시며, 이를 통하여 집전 사제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회중을’(30항) 이끌어 거룩한 백성 전체와 모든 참석자 이름으로 하느님께 기도를 바칩니다. 세 번째는 독서집이지요. 하느님 말씀을 전례 주년에 따라 배분한 독서집을 하느님 말씀을 대하듯 인사합니다. 이렇게 인사하는 곳이 각기 다른 이유는 현재 전례 규정에 독서자가 인사해야 하는 곳에 대한 지침이 없기 때문입니다. 각 교구에서 관련 지침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제가 미사를 드리기 위해 입당하여 제단 아래에서 제대를 향하여 인사하는 것입니다. 미사를 마치고 퇴장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독서자도 독서를 하기 위해 제단 위 독서대로 오르기 전과 후, 제대에 인사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부활 시기에 명동대성당을 가보면 파스카 촛대가 독서대 옆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성주간 파스카 성삼일」 예식서에 “부제는 독서대 옆이나 제단 안에 마련된 큰 촛대에 파스카 초를 놓는다”(195쪽)는 지침에 의한 것이며, 파스카 촛대를 파스카 선포 장소인 독서대 옆에 두는 오랜 교회 전통을 강조한 배치입니다. ‘용약하여라 하늘나라 천사들 무리’로 시작하는 파스카 찬송이 부제나 사제의 입을 통해 독서대에서 울려 퍼지며 그 옆에 어둠을 이기고 세상의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파스카 초 촛불이 타오르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찬미의 시간입니다. 성당에서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공간, 독서대는 이미 구약의 느헤미야서에서 미리 보여졌습니다. 바빌론 유배를 마치고 돌아온 이스라엘 민족은 ‘물 문’ 앞 광장에 모여, 율법 학자 에즈라가 ‘나무 단 위에’(느헤 8,4) 서서 낭독하는 율법서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통해 인류를 구원하신 하느님의 놀라운 사건이 선포되는 독서대를 향해 집중하여 바라보고 귀를 기울이고 있지요. 글 _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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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19 오후 3:09:04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