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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부담을 ‘사랑 체험’으로 바꿔주는 묵상 2024-04-19


철학 교수이자 가톨릭교리신학원 원장인 김진태(그레고리오) 신부가 신학생 시절 동료 신학생과 십자가의 길을 하며 나눴던 묵상을 내놓았다. 파일들을 뒤적이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는데, 그냥 묻어둘지 생각하다가 누군가의 묵상에 도움이 되고 삶에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간을 결정했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묻혔던 십자가의 길에 대한 저자의 묵상이 깊은 숙성을 거친 향기로 다가온다.


십자가의 길 기도는 성당이나 야외에서 14처를 돌며 바치는 기도이면서, 바치는 시기가 주님 수난을 기리는 사순 시기에 주로 집중해 있어 부담이나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십자가의 길은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을 향해 걸으셨던 길이고, 그 길을 함께 걷는다는 것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더 나아가 부활의 삶에 참여한다는 의미다. 장소나 시간에 제한되어 있지도 않다. 14세기에 기도가 체계화된 이후 영적 순례에 기꺼이 동참하려던 이들이 즐겨 바치던 기도였다.


책은 조용한 장소에 혼자 앉아 각 처마다 수록된 그림을 보며 저자 묵상을 따라 기도 바치기에 좋을 듯하다. 14개 기도처를 옮겨가며 예수님 수난에 동참하는 철학자의 기도는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특별한 사랑의 체험을 나눠 준다.


저자는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때로는 예수님의 말로, 때로는 군중 속에 숨어 버린 그리스도인의 말을 통해, 혹은 키레네 사람 시몬의 말을 빈다. 또 2000년 후 자기 말로 전한다.


“하오니 주님, 연약하여 이렇게 방황하지만, 미완성과 불충실의 꼬리표를 늘 숙명처럼 달고 다니지만, 사랑이 부재하고 주님이 부재하는 듯한 외로운 이 시간에도 저희가 충실한 사랑에 변함없이 몸 바치게 해 주소서.”(78쪽)


“내 몸에 걸려 떨어진 바람들의 주검이 대지의 생명을 잉태하는 숨들과 섞여 있습니다. 하느님, 이 계절에 저희는 그래서 삶의 모든 갈등과 고통 속에서지만, ‘타는 목마름으로’, 그러나 ‘열기에 찬 조바심을 넘어’ 겸손하게 기다립니다. 그리하여 기도 안에서 영원을 받아 누립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과 동형(同形)이기를 꿈꾸면서요.”(84쪽)


김형주(이멜다)와 김혜림(베아타) 화백의 그림은 각 처의 묵상과 의미를 돋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4-19 오후 3:08:27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