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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2) 묵주기도의 신비를 묘사한 비버의 ''로사리오'' 소나타 | 2024-0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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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혹은 빨간색으로 포장된 ‘모차르트 초콜릿’을 본 적 있으신가요? 이 초콜릿은 모차르트를 상징하는 가장 대중적인 이미지이고, 잘츠부르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 조그맣고 아름다운 오스트리아 도시는 오늘날 거의 모차르트와 동일어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 외에도 위대한 음악가들이 여럿 활동했던 곳입니다. 잘츠부르크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주교가 세속 제후를 겸하는 이른바 교회령으로, 잘츠부르크의 대주교는 ‘독일 수좌 주교(Primas Germaniae)’라 불리기도 했지요. 그래서 일찍부터 교회 음악이 화려한 꽃을 피웠고, 바로크 시대가 그 전성기였습니다. 보헤미아 출신으로 30년 넘게 잘츠부르크 궁정악단을 이끌었던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비버(Heinrich Ignaz Franz von Biber, 1644~1704)는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습니다.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겼는데, 1682년 잘츠부르크대교구 설정 1100주년 기념 미사를 위해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알려진 ‘53성부 미사’는 잘츠부르크 대성당의 독특한 형태를 잘 살린 화려한 작품입니다. 그런가 하면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지금 봐도 난해한 놀라운 기교에 연주자의 자유로운 상상력, 그리고 명상적인 심오함을 갖춘 뛰어난 작품들입니다. 오늘날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로사리오(묵주)’ 소나타 혹은 ‘미스터리’ 소나타는 1680년 무렵 만들어진 작품으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묵주기도의 열다섯 가지 신비를 묘사한 열다섯 곡의 소나타와 마지막 무반주 파사칼리아로 이뤄졌습니다.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지만 로사리오 신심회 같은 신자들의 모임을 위해 썼거나, 아니면 대주교의 명상을 위한 작품으로 짐작됩니다. 이 작품은 예수님과 성모님의 생애를 묘사하고 묵상하기 위해 다양한 표현을 구사합니다. 그중에는 ‘음악적 수사법’이라 불렸던 상징적인 음형도 있고, 숫자와 관련된 다양한 암시도 있는 듯합니다. 또 바이올린을 통상적인 방식과 달리 조율하는 이른바 ‘스코르다투라’(변칙 조율)를 적극 활용해 모든 소나타에서 저마다 다른 조율을 구사했으며, 음악 작품을 통해서 종교적 체험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묘사한 소나타 11번은 가장 극단적이고 강렬한 예입니다. 이 곡에서 바이올린은 네 현 중 가운데 두 현(D현과 A현)을 X자 모양으로 교차해 G-G-D-D로 조율하는데, 그렇게 하면 첫 번째와 두 번째, 세 번째와 네 번째 현이 한 옥타브 간격이 됩니다. 십자가를 연상케 하는 X자 형태의 현도 그렇지만, 악곡 후반부에서 바이올린이 중세 부활 찬가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Surrexit Christus hodie) 선율을 연주할 때 바이올린은 마치 종소리처럼 신비롭고 독특한 음향을 냅니다. 곡을 들으며 부활의 기쁨과 신비를 묵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글 _ 이준형(프란치스코,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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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19 오후 3:08:26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