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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벚나무 원산지 한국” 밝힌 선교사의 깊은 속마음 증언 2024-04-19


지금 한창 개화시기인 벚꽃의 자생지는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은 일본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제주도다. 


일본 벚나무의 원천이기도 한 제주도 자생종 ‘왕벚나무’를 1912년 독일 학계에 보고한 사람은 프랑스인 에밀 타케 신부(Emile Joseph Taquet·1873~1952·한국 이름 엄택기)다. 그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우리나라 신자들을 위해 성실하게 봉사한 가톨릭 사제이자 식물채집과 표본작업 등을 통해 식물학계에 크게 이바지했다. 제주도에 처음으로 감귤나무를 심었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2만여 종의 식물을 채집해 세계에 알렸다.


사실 그가 식물을 채집한 것은 식물연구 때문만은 아니다. 채집표본을 서구에 보내면 사례금을 받을 수 있어, 그 돈으로 어려운 신자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에 에밀 타케 신부를 알리고 왕벚나무의 식물주권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에밀타케 식물연구소(이사장 정홍규 아우구스티노 신부)가 이번에 「왕벚꽃신부 에밀 타케」를 펴냈다. 책에서는 식물채집가로서뿐 아니라 선교 사제로서 에밀 타케 신부의 진면모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책은 타케 신부의 증증조카 테디 토리옹(Teddy Thorrion)씨의 연구논문과 사료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먼저 ‘에밀 요셉 타케 신부님의 조선으로 향한 선상일기 모음’에서는 가족에 대한 에밀 타케 신부의 사랑과 그리움을 느낄 수 있다. ‘19세기 말 서간집으로 살펴본 미래 선교사제 에밀 타케의 전기’에서는 하느님 사랑의 전달자이자 가난한 이들의 벗으로 살아온 그의 족적을 역사적 증언으로 밝히고 있다.


후반부에는 정홍규 신부의 ‘대한제국의 식물채집자 에밀 타케 신부’ 연구논문을 실어, 생태위기에 처한 오늘날 미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선구자로서 에밀 타케 신부를 소개한다. 논문에서 정 신부는 “제주도의 110년 전 식물 다양성 회복을 위한 지속적 노력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식물 생존전략으로 지구와 동아시아가 처한 위기를 헤쳐나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4-19 오후 3:08:26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