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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길을 걷는 매순간, 하느님께서 시를 주실 때까지 기도하곤 합니다” | 2024-0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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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사(사장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가 제정·운영하고, 우리은행(은행장 조병규)이 후원하는 제27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 수상작에 김탁환 소설가의 「사랑과 혁명 1·2·3」(2023, 해냄)이, 작품상 수상작에 김재홍(요한 사도) 시인의 「돼지촌의 당당한 돼지가 되어」(2022, 여우난골)가 선정됐다.시상식은 5월 9일 오후 4시 서울 명동 로얄호텔 3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시상식은 가톨릭신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된다. “늘 진실하게 내면을 들여다보며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제27회 가톨릭문학상 작품상을 수상한 김재홍(요한 사도) 시인은 시인으로서의 길을 이같이 걷겠다고 말했다. 시를 쓰기 시작한 지 30여 년이 지난 47살, 늦깎이로 시작한 신앙생활이었지만 뒤늦게 그의 삶에 들어온 신앙은 시의 토대를 단단하게 메꿨다. “시란 본래 가장 낮고 약한 곳에 머물러 온 예술입니다. 저 역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즉 낮음에 주목해 시적 언어로 풀어낸 시인이었죠. 하지만 하느님을 만나고 난 뒤 저의 시는 더욱 풍요로워졌습니다. 저보다 앞서서 낮은 곳을 향했던 많은 사람들을 신앙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것들에서 받은 감화가 자연스럽게 제 시에 녹아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네 번째 시집 「돼지촌의 당당한 돼지가 되어」는 “현대 인간의 존재 가치를 추구하는 철학적 탐색의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27회 가톨릭문학상 작품상에 선정됐다. 물질에 경도돼 영혼을 잃어 가는 현대 사회를 바라보며 시인은 인간의 존재에 대해 천착하고 시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철학적이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이지만 시인은 자주 가던 식당, 출퇴근길에 오가던 지하철역, 후배 시인의 장례식장 등 일상적인 소재에서 이야기를 꺼낸다. 시를 통해 만나는 익숙한 풍경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고민들을 쉽게 꺼내놓을 수 있게 만든다. ‘당신의 고민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다’라고 위로를 건네며 말이다. “작은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오랫동안 하셨던 식당이 주차장으로 바뀐 것을 봤습니다. ‘인간의 죽음은 보이는 것들을 사라지게 하지만 과연 모든 게 사라진 것일까? 슬프기만 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시를 받아 적기 시작했죠. 이처럼 제게 시적 순간은 불현듯 찾아오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를 쓰는 게 아닌 ‘받아 적는다’고 표현합니다.” 종이 위에 새겨진 몇 개의 단어에는 시인이 진실하게 바라본 내면, 삶에 대한 성찰이 더해져 비로소 하나의 시로 완성된다. 그 한 단어의 무게감을 잘 알고 있는 김 시인은 늘 기도하고 반성하며 시인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 수상으로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는 김 시인은 더욱 열심히 기도하며 하느님의 뜻을 따르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하느님께서 저를 부려 한 알의 소금 알갱이가 되는 시를 주실 때까지 기도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끝내 한 줄의 시구를 주시지 않더라도 기도로써 이 세상에서 하느님 사랑의 손길을 갈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와 함께 시의 길을 걸으며 오늘도 쉬지 않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 김재홍 시인은 1968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성장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석사),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MBC에서 오랫동안 전시와 공연 PD로 일하면서도 습작을 이어갔고 2003년 중앙일보에 시 ‘메히아’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메히아」와 「다큐멘터리의 눈」, 「주름, 펼치는」이 있다. 2011년과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예술인력으로 선정됐고 2017년에는 박두진 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사무총장과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기획홍보위원장을 맡으며 대학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 「돼지촌의 당당한 돼지가 되어」는 삶의 현장에서 소외된 주체의 뜨거운 힘을 ‘다큐멘터리의 눈’으로 포착하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온 김재홍 시인은 새 시집 「돼지촌의 당당한 돼지가 되어」에서 ‘근원’에 대한 가장 솔직한 감정과 해석을 담아냈다. 시인의 물리적 고향을 의미하는 ‘돼지촌’은 그가 견지해 온 묘사의 힘을 통해 현실의 남루함을 그대로 안고도 자연스럽게 유토피아로 변화 해나간다. 그리고 그곳은 시인과 독자 모두가 언젠가 돌아가야 할 가장 작으면서도 따뜻한 곳의 형태를 띠게 된다. 시인은 그런 친밀하면서도 낯선 공간의 신비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 제27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작품상 심사평 「돼지촌의 당당한 돼지가 되어」를 펴낸 김재홍(요한 사도) 시인의 시는 현대 인간의 존재 가치를 추구하는 철학적 탐색의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물질 치중의 소비문화가 빼앗아 가는 인간의 영혼을 되찾으려는 이상을 지니고 있다. 이 희망의 구원을 위해 김 시인의 시는 초월적인 영원의 차원에 관념적으로 날아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생 막일만 하는 어머니, 잠재적 의도도 어떤 가능성도 변곡점도 없이, 늙어가는 육신에 영혼이 새겨져 있다. 이것은 오히려 존재 근원에 연결돼 생동하고 있는, 일상적 삶의 구체성이다. 표정도 말도 없는 오히려 무한히 큰 영혼이다. 시집에서 김 시인은 가톨릭적 성향의 표현 방식을 취하지 않고도 가톨릭적 영성을 풍부하게 담보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흔히 종래의 가톨릭 시문학이 교회의 상징적 기호나 체계를 사용하여 신앙적 추구와 성찰을 표현하는데 비해, 시인은 현실 생활에서 육화된 주제를 건져 올려 종교적 표현의 끼어듦이 없는 일상적 언어로 가톨릭적 본질을 자연스럽게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 심사위원 - 김산춘 신부, 구중서 평론가, 신달자 시인, 구자명 소설가, 우찬제 평론가 >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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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19 오후 3:07:53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