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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선거, ‘기후 총선’으로 현명한 선택을 2024-04-19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우리 사회 약자들이 모두 모여 있다. 사회적 참사로 자식을 잃은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망가져 가는 환경을 살려낼 수 있는 돌파구가 국회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을 결정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몇몇의 작은 목소리는 울림을 전하지 못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 훼손된 자연의 울부짖음은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늘도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소외된 자들은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며 피켓을 들고 국회의사당 앞에 서 있다. 
아프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 자연을 대신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온 그리스도인들. 하느님이 창조한 지구를 지켜야 하는 사명에는 개인의 실천과 함께 그에 걸맞은 정치인을 선택하는 일도 포함된다.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 왜 ‘기후 총선’인가?


2022년 9월 탈석탄법 제정 청원이 국민 5만 명의 동의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청원 10개월이 지나도록 입법 발의가 시작되지 못했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불과 10명도 동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시민사회와 함께 탈석탄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는 환경의 날 담화를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탈석탄법을 제정하여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와 노후 발전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탈석탄법 제정 청원 참여를 독려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8월 17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의 참여로 탈석탄법이 공동발의 됐지만 결국 제정되지 못하고 다음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국민 5만 명의 목소리를 들어준 국회의원이 11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탈석탄법 발의에 참여한 정의당은 현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방향에 따라가는 여당의 반대, 환경문제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국회의원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점이 법 제정의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핵진흥 정책에 따라 노후핵발전소 수명 연장,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21대 국회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지 못하게 되면 국내 핵발전소 절반 이상 가동이 중지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핵발전소 지역 시민단체는 ‘원전 부지 내 폐기물 저장시설 설치’라는 조항이 지역 주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독소조항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가톨릭기후행동이 포함된 종교환경회의도 기자회견을 통해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안전과 생명이 무시되고 핵발전 확대 도구로 전락시키는 법안”이라며 폐지를 요구했다. 아울러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핵폐기물을 계속 발생시키는 노후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취소하고 신규핵발전소 건설 추진을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지금 남아있는 것조차 잃어버릴 수 있기에 정치인의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자연을 보호하고 인간의 안전을 고려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정치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선택


탈핵시민행동은 3월 14일 총선 토론회 ‘기후위기대응, 핵진흥으로 가능한가’를 개최, 현 정부의 핵진흥 정책이 기후위기 대응에 갖는 의미를 살펴보고 총선을 통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11기의 핵발전소 폐쇄 계획을 삭제하고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30년 우리나라 핵발전 비중은 23.9%에서 32.4%로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30.2%에서 21.6%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정책위원은 “정부는 핵발전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을 외치고 있으나 현실 계획에서는 대폭적인 탈석탄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고 좌초자산이 될 것이 분명한 LNG 발전량이 증가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가 있었던 14일 기준, 각 당의 총선 공약에서 국민의 힘을 제외하고는 핵발전에 대한 언급이 부재했다. 국민의 힘은 “원전·재생 에너지를 균형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위원은 “대통령이 ‘원전이 곧 민생’이라고 입장을 강력히 밝힌 상황에서 핵발전에 대한 무대응은 하나의 전략이라기보다는 사실상 동의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22대 국회에서는 철저히 밀실 위주로 진행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논의 전면 재검토, 지역 주민의 알 권리가 빠진 핵발전소 수명연장법 제도 개선, 고준위핵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해 핵발전소 가동 기간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각 정당별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 유일하게 참여한 녹색정의당 조천호 비례대표는 탈핵문제를 정책적 결과로 만들수 있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선거에서 기후의제는 큰 관심을 두는 주제가 아니기에 시민의 연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연대를 통해 탈핵문제를 고민하고, 이 과정을 통해 합의된 내용을 꾸준히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4-19 오후 3:07:53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