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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걷고 기도하고] 대전교구 공세리성지성당 | 2024-0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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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과 충남 아산을 잇는 아산만방조제를 지나며 올려본 하늘.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다. 구름은 어디 갔나 싶었는데 공세리성당을 들어서며 답을 찾았다. 진입로를 벗 삼아 선 십여 그루 벚나무에 구름이 내려앉았다. 벚꽃 구름 너머 야트막한 언덕은 꽃 잔디가 분홍빛 바다를 이뤘다. 대전교구 공세리성지성당이 봄의 절정 한 가운데서 순례자를 반긴다. 조선의 공세 창고, ‘복음의 창고’로 거듭나다 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보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성당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조선시대 충청 서남부 40개 마을에서 거둔 조세를 보관하던 창고였다. 공세리라는 이름도 공세곶 창고지에서 비롯됐다. 이곳이 ‘복음의 창고’로 새로 난 것은 1895년 이곳에 부임한 에밀 드비즈(한국명 성일론, 파리 외방 전교회) 신부에 의해서다. 공세리에서만 39년간 사목한 드비즈 신부는 1922년 버려진 공세 창고 터에 하느님의 집을 짓는다. 언덕을 오르자 고딕풍의 붉은 벽돌 성당이 350년 된 팽나무와 어우러져 모습을 드러낸다. 종탑 위 십자가가 푸른 하늘을 만나 더욱 높아 보인다. 성당 내부는 소박하다. 제대 뒤 정중앙에는 베네딕토 성인상이 놓여 있다. 성당 건립 당시 베네딕토 성인 패를 묻고 3일간 기도한 다음 성당을 지어 무탈히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고 그 은덕에 감사하며 성인상을 모셨다고 전해진다. 베네딕토 성인은 공세리본당의 주보성인이다. “내 평생 천주를 공경함을 실답게 못하였더니 오늘 주께서 나를 부르셨다” 공세리는 박해시기 신앙 요충지였던 충청 내포지방이 시작되는 곳이다. 성당이 들어서기 전부터 이곳에서 수많은 신자가 잡혀 서울, 수원, 공주 등지에서 순교한다. 신유박해 때는 당시 18세이던 하 바르바라가 아산 최초의 순교자로 하늘나라에 올랐고, 병인박해 때는 걸매리에서 신앙생활을 한 박의서(사바)와 박원서(마르코), 박익서 등 박씨 삼 형제를 비롯해 부부 순교자인 김 필립보와 박 마리아 그리고 삼부자인 이 요한, 이 베드로, 이 프란치스코가 영광스럽게 순교했다. 아산 출신 순교자는 이들을 포함해 모두 32명이다. 성모상을 곁에 두고 소로를 따라 걸으면 납골식 순교자 현양탑과 현양비를 마주한다. 현양비 앞에서 하느님의 종 박원서 순교자의 말씀을 묵상한다. “내 평생 천주를 공경함을 실답게 못하였더니 오늘 주께서 나를 부르셨다.” 순교의 터전이자 믿음 선포의 거룩한 자리, 그곳에 다시 봄이 오다 현양탑 너머 공세리성당과 단짝인 듯한 모습의 건물은 성지박물관이다. 옛 사제관을 개보수한 박물관은 1890년 공세리성당의 전신인 신창 간양골성당이 설립된 때부터 현재까지 한국교회 신앙의 못자리이자 순교의 터전이었던 내포교회 순교사와 순교자들의 일생을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보여준다. 에밀 드비즈 신부의 유품과 신부가 개발 전수한 이명래 고약도 소개한다. 박물관은 6·25전쟁의 아픔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공산군이 이곳에 들어왔을 때 8대 주임 뷜토 오 신부는 “양떼를 두고 목자가 떠날 수 없다”며 피난을 마다하고 북으로 끌려가 결국 순교했다. 뷜토 오 신부가 신자들의 만류를 뿌리치며 기꺼이 순교의 길을 택했던 그 사제관 2층, 지금은 박물관 2층 난간에 섰다. 공세리성당과 성모상, 널따란 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봄을 반기는 이들의 탄성이 마당에 가득하다. 순교자들이 믿음을 증거한 터전이었고 창고 터가 헐리고 하느님의 집이 들어섰을 때는 믿음을 선포한 자리였다. 6·25전쟁 때는 양떼를 사랑한 목자가 기꺼이 순교의 길을 택한 거룩한 장소였다. 한결같이 그 모습을 내려다본 공세리성당의 십자가를, 그보다 훨씬 먼저 그 자리에서 묵묵히 세월의 풍상을 견디며 함께 한 고목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 순례 길잡이 공세리성지성당은 충청남도 지정 기념물 144호이면서 2005년 한국관광공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선정한 성당이다. 350년이 넘는 국가 보호수가 세 그루나 있고 그에 버금가는 오래된 거목들이 성당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성당으로 오르는 길 왼편으로는 피정의 집이 들어서 있다. 순례자를 위한 미사는 평일과 토요일 오전 11시, 주일은 오전 11시30분 봉헌된다. 벚꽃에 이어 철쭉이 활짝 피어날 5월에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5월 11일 오후 2시 ‘제의 전시회’, 5월 12일 오후 2시에는 ‘음악회와 함께하는 고해성사’가 있다. 5월 30일 오전 10시30분에는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 주례로 ‘2024 공세리 성체거동’ 행사가 열린다. ※ 순례 문의 : 041-533-8181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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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19 오후 3:07:52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