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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종교 만남] 대한성공회 이경호 주교 | 2024-0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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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는 ‘가톨릭 전통을 유지하는 개신교’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신앙 전통과 신앙의 개성을 무시하지 않는 포용의 자세를 특징으로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신자 수가 미미하지만 세계성공회는 단일교단으로서는 가톨릭교회와 러시아 정교회 다음으로 교세가 크다. 대한성공회 의장주교이자 서울교구장인 이경호(베드로) 주교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주교관에서 만났다. - 성공회가 가톨릭교회와 어떻게 다르며 형제교회로서 일치를 이룰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요? ▲ 이경호 주교(이하 이): 성공회는 다른 개신교 교회와는 달리 주교·사제·부제의 삼품 성직 제도를 지켜왔고, 초대교회의 신앙과 전통, 전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루터나 칼빈과 같은 종교개혁자들의 신학과 신앙도 받아들였습니다. 성경과 전통, 이성의 삼중 권위를 중심으로 공동의 분별과 식별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가톨릭교회처럼 교황이나 추기경 같은 직제는 없습니다. 이런 점들에서 성공회는 ‘개혁된 가톨릭교회’이면서, ‘교황이 없는 가톨릭교회’이며, ‘교리에 너그러운 정교회’입니다. 그리고 가톨릭이나 정교회처럼 전례적인 교회로서 서로 친밀한 형제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성공회에서는 여성 사제가 있지만 그동안 오랜 진통의 역사가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 이: 세계성공회 여러 나라에서는 1980년 이전부터 여성에게 사제품을 주었습니다. 대한성공회는 1990년대부터 여성 사제 서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서울교구는 주교 자문위원회로 여성 성직 준비위원회를 설치해 성서적, 신학적, 사목적 차원에서 여성 성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94년에 첫 여성 부제, 2001년에 첫 여성 사제가 탄생했습니다. - 성공회는 신앙의 실천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성공회를 ‘진보적’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대한성공회는 선교 초기부터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고아원을 운영하면서 힘든 사람들을 섬기는 일을 했습니다. 1960년대에는 영등포 산업선교와 태백 탄광촌에 가서 힘든 사람들을 돌보았고,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민주화를 위해서, 그리고 1980년대 후반부터는 나눔의 집을 설립하며 도시 빈민 선교를 시작하였고, IMF 이후부터는 노숙인들을 돌보는 일에 정성을 다했습니다. 선교 초기부터 예수님을 따르는 일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 같은 맥락에서 동성애와 성 소수자에 대한성공회의 열린 자세도 인상적입니다. ▲ 이: 세계성공회 안에서 동성애에 대한 입장은 교회마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서구와 달리 아프리카 대부분 나라와 동남아시아 몇몇 나라는 강하게 반대합니다. 대한성공회는 아직 공식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지만, 계속 연구하고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 성공회는 올해를 창조질서 회복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기후위기 대응, 녹색 성공회로의 패더라임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이: 생태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세계성공회 전체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여깁니다. 대한성공회는 기후위기, 기후변화의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지난해 9월 한 달을 창조 절기로 시범 실시한 바 있습니다. 최근 주교원 회의에서 이 문제를 본격 논의했고, 6월에 열리는 전국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창조절 제정을 결의할 예정입니다. 또 올해 사순 시기 극기 헌금으로는 몽골에 나무를 심기로 했습니다. 특히 앞으로는 교회마다 환경 지킴이를 두세 명씩 임명하도록 하는 등 범교회적으로 생태환경 보호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 탈종교화 시대에 모든 종교인들의 고민과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이: 한국 사회에서 우리 그리스도교에 대한 신뢰와 영향력은 점점 약화 되고 있습니다. 종교사회학자들은 25년 후 한국의 그리스도교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와 같은 주요 원인은 교회가 예수의 정신, 혼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복음의 정신이 신앙인들과 교회 안에서 살아나야 합니다. 복음의 진리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많은 이들이 세상의 논리로 교회의 신앙을 판단하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런 논리에 힘을 잃은 것은 우리 자신이 세상의 질서와 가치에 물들었기 때문입니다. -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종교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요? ▲ 이: 우리 사회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여러 문제가 뒤섞여 있어서 어느 때는 선과 악을 구분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복잡한 사회 현실 속에서 신앙인 개인이 모든 문제를 끌어안고 싸우면서 살기는 불가능하다. 또한 어느 한 교단이 혼자서만 잘한다고 이 싸움에서 이길 수도 없습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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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19 오후 3:07:52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