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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이주민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준비(2) 이주민 가정의 아이들 2024-04-16

인간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사회가 지닌 고유한 신념과 가치관, 그리고 규범을 학습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사회화’라고 하는데, 인간의 사회화는 생애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게 됩니다. 사회화를 위한 학습은 성인이 된 후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유아·청소년기에 가정과 학교에서 이뤄집니다.

 

특히 가정은 사회화 교육의 출발점입니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양육되고 훈육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정서를 키워갑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대화들은 어떠한 책에서 읽은 것보다도 기억에 오래 남고, 성인이 된 후에도 친구들 또는 자신의 자녀들과의 대화에서 재현됩니다. 자녀는 부모를 통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배웁니다.

 

 

그런데 요즘은 맞벌이 부부 가정이 일반화되면서, 자녀들의 사회화 교육을 위한 부모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는 듯합니다.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주로 정보를 얻고, SNS를 통해 또래친구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부모님과의 대화시간보다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또래문화가 사회화학습의 중심이 됩니다. 세대 간의 소통의 어려움, 가치관의 차이, 갈등이 예전보다 심해졌음은, 이처럼 가정의 사회화 교육 역할이 제한되고 축소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다문화 가정을 포함해 외국인 부모 가정, 난민신청 가정 등 국내에 거주하는 다양한 이주민 가정의 아이들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더해 사회화 교육에 있어서 더 열악한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살아가거나 혹은 모국으로 돌아가 살아가기 위해 사회화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의 아이들이지만, 공교육으로부터는 소외되고, 가정에서는 사회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가정에서의 사회화 교육 부족 문제’만을 한정해 말하자면, 근로자인 부모님이 경제활동으로 바쁜 것도 한 가지 이유이고, 또 다른 이유는 ‘언어 소통의 문제’입니다. 언어학습에 있어서 중요한 유아 시기에 이들은 부모님과의 대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해서 언어발달이 다소 늦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주 언어로 인식해 사용하게 될 시점이 되면, 이젠 상대적으로 한국어 사용이 미숙한 부모님과의 대화에 답답함을 느껴 부모님과의 대화가 단절됩니다. 이는 곧 또 다른 정서적 문제(우울증, 정체성 혼란, 대인 기피증)를 겪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들의 사회화에 누구보다도 도움을 줘야 할 사람은 부모님이지만, 이주민의 삶 안에서 부모 역할을 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국적과 문화를 불문하고, 아이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올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그들이 속한 사회의 책임과 역할입니다. 하지만, 이주민 가정 아이들에 대한 사회화 교육의 문제는 여전히 관심 밖 사각지대에 남겨져 있습니다. 이주민들과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이 문제는 우리 모두가 관심과 노력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글 _ 이상협 그레고리오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가톨릭신문 2024-04-16 오후 3:12:08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