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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한 명 한 명 부르며 ‘기억’ 다짐 ‘연대’ 약속 2024-04-16


 

“세월호 희생자들에게는 하늘나라에서의 영원한 안식을, 10년을 100년처럼 가슴앓이한 유가족들은 당신께 모든 것을 의지하고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위로와 힘을 주소서.”

 

 

세월호 10주기를 하루 앞둔 4월 15일 광주대교구 산정동 준대성전에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기도가 울려 퍼졌다. 세월호가 수년째 거치돼 있는 목포신항을 내려다보는 자리에서 봉헌된 미사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기억’을 다짐하고 ‘연대’를 약속하는 뜻깊은 시간도 마련됐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는 이날 김선태 주교 주례로 ‘세월호 참사 10주기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 문창우(비오) 주교, 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 등과 광주, 대전, 마산, 부산, 서울, 수원, 안동, 인천, 의정부, 전주교구 소속 정의평화위원회 사제단, 신자 등 900여 명이 참례했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故) 김웅기(제준 이냐시오) 학생의 어머니 윤옥희(데레사)씨와 고(故) 이태민 학생의 어머니 문연옥씨도 미사에 함께 했다.


 

 

성당을 가득 메운 참례자들은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앞으로 세월호와 같은 사회적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는 안전한 나라,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데 한뜻으로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주교단과 사제단, 신자들은 미사 후 위령기도를 바치며 세월호 희생자들이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기도했다.

 

 

김선태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존엄하고 소중한 존재인 세월호 희생자 한 분 한 분을 기리고 정성껏 기억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발표한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의 담화에 희생자 304명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담았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그분들의 소중한 이름을 정성껏 부르는 것은 유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에 진심으로 함께 연대하고, 비극적인 참사의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론에 이어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 문창우 주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담화를 낭독했다. 이어 미사를 공동집전한 주교들은 번갈아 제대 앞에 서서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참례자들과 함께 불렀다. 참례자들은 북받치는 감정에 눈시울을 훔치면서도 희생자들의 이름을 끝까지 호명하며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영성체 후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전한 윤옥희씨는 “왜 참사가 일어났고 왜 진상규명이 안 되고 있는지 밝히기 위해 사회적 참사를 겪은 피해자 연대인 ‘재난참사피해자연대’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며 “또 다른 참사로 더 이상의 피해자와 유가족이 나오지 않도록 생명을 존중하는 안전사회를 만드는 일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부족한 부모와 함께해 준 이냐시오에게 이 자리에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며 “지금 이날까지 힘이 되어 주신 모든 분들의 안녕과 평화를 빈다”고 덧붙였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4-16 오전 6:52:06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