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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보존가, 작품 수명 늘리는 역할하죠” 2024-04-11

 

유난이 연구실장이 미술품 보존 작업을 위해 필요한 여러 물품을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 지식 필요한 일
생존 작가 작품 보존 처리할 땐
어떤 재료 사용했는지 인터뷰
작가들이 남긴 기록 큰 도움

야외 작품 정기적 관리해 줘야
성당 건립 때 실내외 환경 고려
작품 선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



‘보존(保存, conservation)’의 사전적 의미는 ‘잘 보호하고 간수하여 남김’이다. 그래서 흔히 문화재나 유물 등의 단어와 나란히 쓰인다. 21세기 들어 대다수 문화예술품은 디지털화를 통해 손상 및 훼손 위험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온도와 습도·빛은 물론이고 온갖 물리적인 힘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장르가 바로 미술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화제가 됐던 보존 작업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일 거예요. 미켈란젤로가 벽과 천장에 그린 이후 수백 년을 거치며 오염되고 변색된 작품 전체를 약 14년에 걸쳐 클리닝 위주로 보존 처리를 했거든요. 그 결과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도 많았고요. 미술품은 대부분 실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술품 보존가는 작품의 수명을 늘리는 역할을 해요. 상태를 관리하고, 보존 처리를 하고, 환경 개선도 하는 종합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 유난이(클라라) 실장의 얘기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일반 관람객은 좀처럼 방문하기 힘든 갤러리 지하로 들어섰다. 회화 작품들 사이로 수많은 안료와 공구·액자·촬영기기, 심지어 화학약품을 다루는 공간까지 보인다. 다채로운 형태의 현대작품을 분리 및 세척하는 등 모두 보존 처리에 쓰는 물품이다.

“저는 학부 때 미술을 전공했지만, 역사·화학 등을 공부한 사람도 있어요. 실제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고요. 어떻게 처리할지 정하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조사를 해야 하거든요. 사람으로 치면 의사가 환자를 정확히 진단해서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고요. 여기 놓인 작품들도 100년쯤 됐는데, 상태도 재료도 다 달라요.”

서양화를 전공했던 그녀는 유럽을 여행할 때면 성당 한편에서 다양한 보존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에 유독 눈길이 갔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관련 전공이 없어 1995년 일본 유학길에 나섰다. 박사과정 중에 명동대성당 제대 뒤편 14사도 그림의 보존 처리를 위해 사전 조사를 의뢰받기도 했다. 이후 박수근의 ‘나무와 여인’, 김환기의 ‘화실’ 등 굵직한 작품들의 보존 처리를 담당해 왔다.

유 연구실장은 ‘미술품 보존’을 주제로 20일 오후 4시 명동 갤러리 1898에서 특강도 진행한다. 성미술가들이 주로 찾는 공간인 만큼 교회 미술품의 보존 방안도 얘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현대 미술이 어떻게 전시되고 보존 처리가 되는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저도 성당에 가면 조각이나 회화를 유심히 보는데, 특히 야외 작품의 경우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거든요. 금속 조각이라면 그 표면을 보호하기 위한 코팅이나 세척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내부에도 온습도 변화에 민감한 작품들이 보이는데 관리에 한계가 있어 안타까워요. 우리가 건강검진을 하듯이 작품에 대한 상태조사라도 몇 년에 한 번씩 한다면 큰 훼손은 막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도 전문 업체가 있기 때문에 본당이나 교구 차원에서 관련 예산을 확보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날 손꼽히는 걸작들도 당시에는 성당 건립을 위해 의뢰받은 수많은 미술품 가운데 하나였다. ‘예술’이라는 개념이 서지 않았을 때는 잘리거나 뜯기는 등 무참히 훼손되기도 했고, ‘보존’에 대한 인식이 없을 때는 수백 년 동안 그대로 방치되기도 했다. 우리 주변의 성미술품도 본연의 의미를 꾸준히 드러낼 수 있도록 잘 보존돼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유 연구실장은 기록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지금까지 다양한 보존 작업을 했는데, 살아계신 작가분들은 가급적 인터뷰를 합니다. 어떤 재료를 사용했고, 어떤 부분이 가장 중요한지를 알면 잘못된 처리를 막을 수 있으니까요. 거꾸로 생각하면 작가들이 작품에 대해 상세한 기록을 남기면 좋을 것 같아요. 김환기 작가도 그런 메모를 자세히 남겼는데, 보존 처리를 하는 저희 세대에게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작가분들은 작품 설명서를 남기고, 성당을 새로 건립할 때는 실내외 환경 등을 고려해서 작품을 선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04-11 오후 2:32:12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