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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의 세계는 하느님의 세계, 우주이자 노아의 방주 2024-04-11
 
판토크라토(온 우주의 창조자), IC XC(예수 그리스도), 후광에 있는 글자는 ‘있는 자’라는 뜻.
이콘의 돌출된 테두리는 하나의 창
이콘이라는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의 성스러운 이미지를 통해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호 교차하는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1. 문과 창문의 차이

어릴 때 야단을 맞으면서도 어머니 몰래 창호지 문에 구멍을 내곤 했습니다. 손가락에 침을 발라 창호지에 살짝 대도 구멍이 나는 재미에 여기저기 구멍을 내고, 그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작은 구멍인데도 앞뜰의 꽃밭이 다 보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부지런히 창호지를 작게 자른 뒤 밥풀로 다시 발라 그 구멍을 메우셨습니다. 미관상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도 그 구멍으로 겨울철 찬바람과 여름철 모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여름에 아이들이 모기에 물릴까, 겨울에 춥지 않을까 구멍을 막아두는 것은 부모님의 마음입니다.

문은 일반적으로 불투명 재질로 만들어 밖을 들락날락하기에 좋고, 열리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또 문은 열리지 않으면 무엇을 받아들일 수 없고, 또한 내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문은 적당히 열려야 하고 적당히 닫혀야 합니다.

거기에 비교하면 창문은 재질부터 다릅니다. 창문은 빛이 들어올 수 있는 재질로 만드는 것이 원칙입니다. 유리가 없던 시절, 우리나라에서는 대문이나 광문을 제외하고 들어오는 방문들에 창호지를 발라 두었습니다. 밖의 빛을 받은 창호지는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요즈음은 거의 유리 창문이라 문을 열지 않아도 밖을 내다보면서 나름대로 사색과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창문은 몸이 들고 나는 문이 아니고, 시선이 들고 나는 문입니다. 창문이 열려 있을 때는 새로운 공기가 들어와 집안 공기를 정화하고, 닫혀 있어도 빛을 받아들여 방안을 밝혀줍니다. 창문은 문처럼 몸이 왕래할 수 없지만, 멀리까지 눈이 왕래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됩니다. 내가 서 있는 곳은 현재 나의 위치(현실)이며, 작은 창문으로 보는 창 너머는 다른 세계, 즉 시선으로 사색하고 소요(逍遙)할 수 있는 세계입니다.

내가 창문을 통해 산(이사 25,6-10)을 바라보면서 그분께 감사드리는 것은 중간에 아무것도 없으니 산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리라. 그 사이로 날아가는 황조롱이도 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와 아직도 녹지 않은 하얀 눈도 보이는데, 햇빛이 어찌 이리 강렬하게 눈 위로 비치니, 밖은 아직 너무 차가운 날씨인 거야! 내가 손을 좌우로 흔드니, 손등에서 느끼는 것은 보이지 않아도 아마도 그분의 숨결인 거야!

우리는 창문을 통해 자연을 보고 자연을 통해 하느님을 느끼듯이, 이콘 안에 그려진 세계는 정화된 하느님의 세계입니다. 이콘의 돌출된 테두리는 마치 하나의 창을 연상케 합니다. 우리는 이콘이라는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의 성스러운 이미지를 통해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호 교차하는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따라서 이콘은 ‘영원성을 향한 창문’으로 하느님과 사람이 ‘교차하는 시선의 교환’, 즉 상호 소통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이콘의 네모난 형태는 창문을 의미하며, 이콘 안의 세계는 하느님 섭리를 통해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세계, 즉 전 우주를 의미하기도 하고, 모든 생물체를 모아두신 노아의 방주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곳은 아름답고, 오직 하느님의 빛만이 존재하는 곳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나타냅니다. 또 하느님의 영원성을 표현하기 위해 인물 이외의 여백 부분, 하늘이나 공간을 변치 않는 황금으로 장식합니다.

우리가 대화할 사람을 만나면 어떤 태도를 취할까요? 당연히 얼굴을 마주보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콘이라는 열린 창문을 통해 우리 눈은 하느님의 눈과 마주 대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콘을 유리로 덮어씌우거나 유리로 덮는 액자에 넣지 않습니다. (작품 : 판토크라토)



2. 이콘 제작 과정과 구성 요소

이콘 제작은 ‘영원하다’는 근본 사상을 위해 모든 과정을 깊이 있게 준비합니다. 제작 방법은 프레스코화, 또는 돌조각으로 이뤄진 모자이크로 벽면에 직접 도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은 형태로 벽에 거는 것으로 나무판을 사용합니다. 이콘을 제작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나 그 과정을 간단히 설명합니다.

- 이콘 나무판 선택과 창문 깎기
 
이콘 판 깎기(완쪽 사진)와 사포로 갈기

나무판은 잘 말라야 하며, 나무판이 터져 실금이 간 것이라든지 곰팡이가 피었거나 옹이가 있는 나무는 제외합니다. 소나무는 송진이 흘러내리고 다듬기도 불편해 쓰지 않습니다. 많이 쓰는 것은 피나무·오리나무·측백나무·너도밤나무·물푸레나무·은행나무 등을 씁니다. 폭이 넓은 외국산도 좋은 통나무 재목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나무들을 제재소에서 통으로 켜서(두께 3~5㎝) 서늘하고 습기 없는 장소에 수년 동안 뒤틀리지 않도록 보관한 다음 사용합니다.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재단한 다음 붓으로 물을 묻혀 칠해봅니다. 실금이 있으면 눈으로 보아도 표시 안 나던 곳이 물기가 들어가 표시가 납니다.

창문 형태로 이콘 판 주변을 적당한 간격을 두고 연필로 줄을 긋습니다. A4용지 크기라면 좌우 양측에 2.5~3㎝, 위·아래에 3.5~4㎝ 정도로 창문 형태를 만듭니다. 이콘의 크기에 따라 창문 크기도 달라집니다. 큰 이콘은 창문 크기를 좌우 7~8㎝, 위·아래에 10㎝ 정도를 둡니다. 그어진 줄을 중심으로 칼집을 넣고 이콘 크기에 따라 3~7㎜ 깊이의 V 형태로 깎아줍니다. 그리고 그림이 들어갈 부분을 사포(砂布)로 밀어내 매끈하게 갈아줍니다.

- 천 씌우기와 석회 올리기
 
석회칠하기

이콘 판에 석회를 바르기 위해 잘 다듬어진 나무판에 중탕된 아교를 발라주고 천을 잘 펴서 깨끗하게 붙여줍니다. 천은 순면으로 넓은 의료형 붕대가 적합합니다. 천과 아교가 나무에 발라준 석회 성분들을 잘 고착시킬 뿐만 아니라 세월이 지나도 손상 없이 보존케 해줍니다.

중탕된 적당량의 아교와 비율에 맞춘 석회를 넣고 넓은 붓으로 잘 저어 발라줍니다. 잘 말랐으면 여러 번 발라줍니다. 이때 주의할 것은 실내가 따뜻하고 습기가 없어야 좋습니다. 바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아교 성분을 조금씩 줄이고 석회 성분을 조금씩 늘려갑니다. 바르는 횟수는 하루에 한 번씩 7~10회 바릅니다.

- 금박 올리기
 
금박 올리기

석회 칠이 끝났을 때 앞·뒷면, 옆면을 사포로 밀어 전체적으로 깔끔한 모양을 만듭니다. 처음에는 거친 사포로 정리한 다음, 더 고운 사포로 다듬고, 아주 고운 사포로 밀어낸 다음, 마지막에는 적당량의 목화솜으로 문질러 더욱더 매끈한 윤을 내줍니다. 이콘 판이 유리처럼 매끈해진다면 금박을 붙였을 때 더 찬란한 광채를 냅니다.

이콘 판 옆면과 뒷면과 앞면에 금박을 붙이기 전에 밤색 또는 붉은색을 올려 마무리합니다. 앞면에는 이콘에 관련된 형태를, 그리고 가는 바늘 또는 송곳으로 긁어냅니다. 가는 송곳으로 긁는 이유는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뼈와 살을 주시고 영을 불어넣어 주시니, 우리는 그 뼈대 위에 영성이라는 색깔을 입히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옆면과 뒷면에 이콘에 얼룩진 것을 말끔히 정리하고 이콘으로 가치를 높입니다.

앞면 창문과 공간에는 순금박을 올립니다. 금박 올리기는 섬세한 작업이어서 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청소한 뒤 주변을 잘 정리해 마음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이콘 판에 금박을 올리기 위해 붓 종류와 가위 등을 정리해놓고 먼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덮어둡니다. 주변이 안정되면 금을 붙여 갑니다.
 

김형부 마오로
[가톨릭평화신문 2024-04-11 오후 2:32:12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