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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초상에 대한 상징성 2024-04-11

 

2020년 선보인 한국천주교 103위 순교성인화 중에서 얼굴이 없는 77위의 성인화가 새로 제작되었는데, 그 당시 여러 명의 화가가 심혈을 기울여 그려냈다. 초상화들을 보면 당시의 사진 자료가 없고 직계 혈손도 없으므로 화가 개인의 주관적인 감각으로 창조된 얼굴들이다. 그러다 보니 충분한 형태적 분석이 안 된 화가는 신앙적 품성이 결여된 느낌이 들거나 자신을 닮은 모습이 나오기도 하여 심의에서 탈락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예수의 초상화는 어떠한가. 인성과 신성으로 상징화된 예수의 초상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예술형식과 매체에 의해 신앙과 관습적 인식의 조합으로 창조되어 왔는데, 그리스·로마 미술에 뿌리를 둔 3세기경에 처음으로 양을 어깨에 메고 있는, 수염이 없는 관습화된 선한 목자의 얼굴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6세기경에는 비잔틴제국과 중세미술에서 관습화된 초상인, 어깨까지 내려온 긴 머리에 수염이 있는 모습이 되어, 예수의 도상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오른손에는 하늘과 땅을 축복하고 왼손에는 복음서를 들고 있는 성상화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는 인간적 가치를 중시한 르네상스 휴머니즘을 배경으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에서 묘사된 남성미 넘치는 근육질의 예수,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나타난 우아하고 이상적인 용모를 지닌 예수가 등장한다.

 

 

예수의 초상화는 20세기로 들어서면서 미국의 워너 샐먼이 그린 하얀 피부와 긴 머리, 푸른 눈을 가진 예수의 얼굴로 탄생한다. 샐먼의 그림은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마치 표준영정처럼 전 세계로 널리 퍼져나갔다.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친근하고 달콤한 예수의 이미지가 대중 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그에 비해 조선 시대 공신들의 초상화는 곰보나 사팔눈, 흉터가 있는 얼굴을 한 용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다. 아름답고 잘생긴 외모 지상주의가 아닌 진솔한 얼굴 그 자체를 가감 없이 담아내어 예수의 초상화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영국 BBC 다큐멘터리 ‘신의 아들’이 공개한, 현대과학이 만들어 낸 예수의 얼굴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이 아닌 농민이나 노동자 계층의 검고 짧은 머리카락과 까무잡잡한 피부색을 가진 거칠고 투박한 생김새의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부근에서 도로공사 중 발견된 1세기 유대인들의 두개골 중 가장 대표적인 형태를 가진 것들을 골라 첨단 법의학 기법과 컴퓨터로 실제 얼굴을 복원했다. 머리카락, 턱수염, 피부색 등은 이라크 북부의 한 사원에서 발견된 예수상을 토대로 제작했다고 한다.

 

 

성경의 이사야서 53장에도 그의 용모에 대해, ‘우리가 우러러볼 만한 풍채도 위엄도 없었으며 우리가 바랄만한 모습도 없었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어쩌면 직업이 목수(마르코 6:3)였으므로 육체노동자의 다부진 체격을 가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예수의 성상은 성경에서만 상징적으로 존재하는 얼굴로서, 아무도 보고 그린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인간이 창조해 낸 관습적 인식의 결과물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뒷받침할 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예수의 초상이, 우리를 신앙과 영적 성장에 길잡이 역할을 해 주고 있는 것이다.

 

 

 

글 _ 윤여환 요한 사도(충남대 회화과 명예교수)

 

 

 

 

[가톨릭신문 2024-04-11 오전 11:32:2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