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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물, 망가지거나 안 쓰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2024-0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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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는 예술작품을 통한 신앙심 전파에 적극적이다. 그렇기에 미술이 발달했고, 신심행위와 기도를 돕기 위해 성물 사용을 권장한다. 그렇기에 각 가정에서는 다양한 성물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많이 보유하고 자주 사용하는 만큼 부서지거나 낡아지는 성물 또한 적지 않다. 부서진 성상, 안 쓰는 묵주 등 집에 그냥 두기 어려운 성물들을 알맞게 처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폐 성물 처리에 대한 교회의 명확한 가르침은 없다. 하지만 잘게 부수어 깨끗한 땅에 묻거나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 성물 그 자체를 너무 신성하게 여기면 안 되지만, 악용될 여지가 있어 아무렇게나 버려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이런 폐 성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신자들은 폐 성물 처리 방법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쓰지 않아 버리려는 성물 처리는 더욱 힘들다. 축복까지 받은 성물을 막상 부수는 것이 내키지 않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서재희(엘리사벳·68·수원교구 서부본당)씨는 “내 사유지가 아닌 이상 깨끗한 땅을 찾아 묻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거룩하게 모셨던 것을 내 손으로 부수거나 더러운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리기도 꺼려져서 처리 비용을 받고라도 어디선가 수거해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예수회 박종인(요한) 신부는 “축복받았던 성물을 일반쓰레기로 폐기하는 건 어려울 듯하다”는 견해를 전하며 “교회 차원에서 폐기 시스템이 갖춰지면 신자들이 반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에는 파손되거나 훼손된 성물을 사순 시기 등에 본당 사무실에서 모았다가 교회 묘지에 묻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전통은 현재 많이 사라진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 행당동본당(주임 소원석 가브리엘 신부)은 주보 공지를 통해 4월 14일까지 안 쓰는 성물을 수거하고 있다. 평소 신자들의 요청이 반영돼 각 가정에 방치된 십자고상, 성상, 묵주 등 폐 성물을 본당에서 일괄 처리키로 한 것이다. 행당동본당 관계자는 “현재 성모상, 묵주 등의 폐 성물이 모였다”며 “신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폐 성물을 재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안동교구 문경 힐링휴양촌 명상센터(담당 정도영 베드로 신부)는 안 쓰는 성상이나 묵주를 받고 있다. 성상은 부순 뒤 콘크리트를 섞어 블록을 만들어 인근 한실성지 보수 등에 쓴다. 정도영 신부는 “신자들이 성물 폐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에 공감하며 폐 성물을 받기 시작했다”며 “성물을 판매한 곳에서 처리 방안도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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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11 오전 11:32:2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