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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공소, 이렇게 사라져도 되는 걸까 | 2024-0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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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경 공소 회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신부님, 공소 지붕에서 물이 샙니다. 지붕이 다 썩어서 새로 덮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곧 여름이고 장마가 시작될텐데 아찔했다. 우리 본당은 신자 수 100명이 조금 넘는 작은 본당이지만, 관할 구역엔 규모가 더 작은 공소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본당과 가까운 곳이라 매주 토요일 오전 미사를 봉헌하고, 주일은 운행되는 차량으로 신자들이 본당에 오신다. 또 다른 한 곳은 차로 30분 떨어진 거리이고, 신자가 열다섯 명이 넘어 운행할 수 있는 차량도 없다. 청주교구 최남단 공동체. 능선과 물줄기가 용의 모습을 띠고 있는 용화면. 용화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용화공소가 있다. 이름만큼이나 가는 길이 험하지만, 민주지산과 덕유산의 웅장함과 뚜렷한 사계절의 신비는 공소 가는 길을 소풍 가는 길로 바꿔준다. 하지만 돌아올 땐 걱정이 많아진다. 70~80대 어르신 몇 분으로 유지되는 공소가 앞으로 얼마나 버틸까? 그래서인지 공소 지붕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겁이 났다. “하느님 하시는 일인데 하느님이 책임지시겠죠!” 회장님의 큰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공사를 시작했고, 본당 재정과 공소 재정을 요리조리 모아서 우선 진행했다. 그렇게 우리끼리 시작한 공사는 하느님 은총으로 여러 사람의 일이 되었고, 공사비의 두 배가 다시 채워졌다. 「한국천주교회의 뿌리, 공소」라는 사진첩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교구청에서 홍보 담당 일을 했기 때문에 “사진 예쁘네”라고만 생각했다. 사라져 가는 공소들 대부분은 사실 한국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다. 박해시대 더 외진 곳으로 향한 순교자들의 쉼터이자, 다시 세상으로 뻗어 가는 은총의 샘터였다. 이곳 용화공소도 남부 지역에서 제일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어쩌면 최양업 신부님이 멍에목에서 전라도로 향하던 곳이 이 길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하느님의 구원 섭리가 역사로 기록되고, 그 역사가 지금, 내일을 사는 우리에게 희망이 되거늘. 공소가 이렇게 사라져도 되는 걸까. 이선찬 신부 / 청주교구 학산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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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11 오전 11:32:2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