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News

  • 전례성사
  • 가톨릭성미술
  • 가톨릭성인
  • 성당/성지
  • 일반갤러리
  • gallery1898

알림

0

  • 가톨릭뉴스
  • 전체 2건

사랑과 자비의 실천 2024-04-11
OSV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

예수님은 우리에게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고 요청하십니다. 여기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의미는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고 실천하는 것 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에는 선행 조건이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이 그것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자비를 증거하고 드러내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느님의 자비 안에 살고 있어야 합니다.

자비의 삶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아침에 눈뜨자마자 일어나서 “하느님 감사합니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성령님 감사합니다! 성모님 감사합니다!” 이 기도를 약 30번에서 50번 정도를 계속해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일과를 주님께 말씀드리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방법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시는지, 어떻게 해야 그분이 기뻐하시는지, 하나하나 여쭤 본 다음에, 그 말씀을 듣고 하루를 살아 보십시오.

이런 생활이 어렵다구요? 어려운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느님 은총이 얼마나 감사한지 평소에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내 안에서 어떤 역사를 하시고 어떻게 나를 이끄시는지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평소에 기도를 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님 말씀대로 주님의 뜻에 따라 실천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감사한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습니다. 감사한 생활이 하루 이틀 삼일 계속되다 보면 하느님의 은총이 얼마나 강한지 체험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얼마나 나를 사랑하시고, 나에게 구체적인 관심을 갖고 이끌어 주시고, 끊임없는 자비를 베푸시는지 분명히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당연히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과 은총을 드러내는 삶을 삽니다. 받았으니까 나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과 은총 안에서 사는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경험하지 못한 자비를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겠습니까?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님과의 올바른 관계 형성’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들을 받아주시고, 용서해 주시고, 회개시켜 주십니다. 당신 안에서 품어 주시고, 당신과 함께 가자고 끊임없이 자비의 손길을 내밀고 계십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은총입니다. 이 하느님의 자비, 사랑, 은총에 대해 알기 위해선 먼저 나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올바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일까요? 하느님은 하느님이십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그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일까요?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선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사람일까요? 나는 지금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세상을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바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올바른 분별력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내 성격은 온순하고 겸손할까요? 나는 항상 옳고, 정의롭고, 사랑이 많을까요?

우리가 하느님께 나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입니다. 나의 특성 중 하나는 ‘고유성’입니다. 나는 유일무이하게 창조되었습니다. 그래서 은총도 각자의 특성에 맞게 수천 수만 가지 방법으로 우리 각자에게 옵니다. 따라서 이웃과의 관계는 이웃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은총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려면 먼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하느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내 안에서 어떻게 섭리되는지, 어떤 열매를 맺는지 알아야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나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내가 얼마나 용서를 받아야 할 사람인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주제 파악을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고, 결국 사랑을 실천하지 못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용서와 자비를 실천하자’는 말은 결국 ‘내가 하느님 말씀 안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자’는 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나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았다는 것을 알기에 타인을 용서할 수 있고, 내가 하느님으로부터 자비를 입었다는 것을 알기에 타인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 사랑, 은총을 받은 존재입니다. 얼마나? 수없이 많이 받았습니다. 살아온 날만큼 받았습니다. 이 사실을 안다면 나누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은총을 정말 마음껏 드러내고 실천하는 내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회개하고, 용서를 청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이웃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은 아마도 하느님의 용서를 받은 진정한 체험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느님으로부터 용서 청할 일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느님의 자비를 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자비를 입은 사람은 그 은총이 너무나도 강렬하기에 이웃에게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용서받았다는 그 해방감을 나누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이웃을 저절로 용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과 은총을 드러내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성령이 함께하고 계시기에 인간은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가오는 그 하느님의 말씀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말씀을 그냥 흘려버리지 마십시오. 하느님은 지금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랑을 실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글 _ 정치우 (안드레아, 복음화학교 설립자) 
정치우는 ‘복음화’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1990년대 초, ‘세계 복음화 2000년’이라는 화두를 한국 교회에 던졌다. 가톨릭 평화방송 TV에 출연, ‘정치우의 TV 복음화학교’라는 제목으로 48개의 강의를 진행했으며, 가톨릭신문과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를 하는 등, 저술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길이 있어 걸어갑니다」, 「위대한 기적」, 「위기의 대안으로서의 평신도 영성」 등이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04-11 오전 8:12:03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