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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고통받는 이들과 묵묵히 걸어온 10년 | 2024-0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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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 12,31) 수원교구는 2014년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을 위해 안산 생명센터를 열고, 예수님 말씀대로 특히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10년의 세월을 지내오고 있다. 심리상담부터 도자기·캘리그래피·뜨개질·유화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접목한 치유 사목으로 세월호 유가족, 시민과 동반하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이 사는 안산 지역에 자리하면서 교회가 그들과 함께하는 중심 역할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유화 프로그램으로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안산 생명센터 센터장 조원기 신부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만난 자리에서 “수원교구를 비롯한 한국 교회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아픔과 고통 속에 있는 이들과 연대하는 이유는 성경 말씀처럼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셨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안산 생명센터는 우리가 고통 속에도 주고받는 사랑을 통해 치유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유가족이 안산 생명센터에서 자신의 고통을 내어놓고, 자녀를 화폭에 아름답게 담아내며 아픔을 희망으로 끌어올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그간 받아온 조건없는 사랑을 나누고자 직접 반찬을 만들어 홀몸 어르신을 찾아가고,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하는 등 이웃을 위하는 실천을 하기에 이르렀다. 조 신부는 “아픔 중에도 위로가 되어주신 예수님 사랑을 느낀 이들은 다시금 이웃에게 사랑을 전함으로써 내 상처가 얼마큼 아물었는지 가늠하고, 나아가 더욱 치유되는 계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곳곳에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향한 비난과 멸시, 혐오 섞인 발언이 이어져 온 것도 사실. 조 신부는 “성경 표현을 빌리면 큰 물이 닥쳐야 집이 반석 위에 세워졌는지, 모래 위에 지어졌는지 알 수 있듯이 세월호 참사는 우리 안에 뿌리 깊게 자리했던, 상대방의 아픔을 나의 것으로 느끼지 못하는 극단적인 ‘사회적 단절’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했다. 2014년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며 크나큰 아픔을 겪는 우리 사회에 울림을 남겼다. 조 신부는 “교황님 말씀대로 사랑하는 가족과 자녀를 잃은 부모의 고통,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더 서로 사랑하고 있는지 돌아보며, 편 가르기보다 중요한 고통과 사랑의 본질을 볼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반과 기다림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조 신부는 “유가족 어머니들이 ‘신부님은 그들을 용서하라거나 회복을 강요하지 않고, 저희 고통이 치유될 때까지 기다려주셔서 좋다’는 말씀을 하곤 하셨다”면서 “우리 교회 또한 크나큰 고통 속에 있는 이들과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함께하고 기다려주는 역할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안산 생명센터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고통받는 이들을 향해 더욱 손을 뻗을 계획이다. 조 신부는 “사목자로서 회복하는 여정에 초대해주신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도리어 매우 감사한 마음이 든다”며 “안산 생명센터는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반석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예수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도록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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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09 오후 6:12:03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