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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 수의, 진실에 한 발짝 다가가 2024-04-09
영국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데이비드 롤프가 지난 2월 8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토리노 수의 전시회 기자회견에서 14세기 도구와 기술로 수의를 재현하는 사람에게 상금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OSV

토리노 수의



진위 논란이 계속되는 토리노 수의(The Shroud of Turin)의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증거가 나왔다.

미국의 고고학자 윌리엄 미챔은 수의 샘플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수의를 만드는 데 사용된 아마가 중동에서 재배된 것임을 밝혀냈다고 영국 가톨릭헤럴드가 보도했다. 피륙을 짜는 데 쓰인 한해살이풀 아마가 중동산이라면 수의가 ‘중세시대 유럽의 위조품’이라는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추가적 증거가 된다.

토리노 수의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감싼 것으로 전해지는 길이 436㎝, 폭 109㎝ 천이다. 당시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과 니코데모 등은 “예수님의 시신을 모셔다가 유다인들의 장례 관습에 따라 향료와 함께 아마포로 감쌌다.”(요한 19,40)

현재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의 성 요한 주교좌성당에 보관된 아마포 수의에는 예수로 추정되는 남성의 형상이 남아 있다. 이 수의는 16세기경 프랑스에서 토리노로 옮겨졌다. 1898년 수의를 촬영한 흑백 사진 네거티브에 신체적 외상이 심한 남성의 신체 이미지가 나타나자 유럽 사회가 흥분했다.

하지만 저명한 연구소들이 1980년대 수의 샘플로 방사성 탄소동위원소 실험을 한 끝에 “1260년에서 1390년 사이 유럽에서 제작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 인해 진위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후속 연구는 중단된 상태다.

이번 측정은 샘플에서 떨어져나온 가는 실 5개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실험과 측정은 1㎎(0.001g) 미만의 초미세 물질도 테스트할 수 있는 홍콩대학교 안정동위원소연구소가 주관했다.

연구 결과를 받아든 미챔은 “천 조각의 아마는 오늘날 이스라엘·레바논·요르단·시리아 등이 있는 서부 레반트에서 유래했음을 알 수 있다”며 “이 수의를 중세 유럽에서 만들어진 가짜 유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의에 나타난 관(冠) 형상이 로마식 원형이 아니라 소아시아와 레반트 지역에 일반적이었던 헬멧 스타일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 수의를 예수의 성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관 형상을 로마 군사들이 예수를 총독 관저로 끌고 가 머리에 씌운 가시관 자국으로 믿고 있다. 그는 아마와 관 형상의 기원이 모두 서쪽이 아니라 동쪽(고대 근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얼굴 형상의 눈 부위에 불룩하게 솟아있는 자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7년 전 프랑스의 화폐 연구가가 AD 29년쯤 빌라도 총독 시절에 주조된 렙톤(동전) 자국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유다 사회에는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기 전에 망자의 눈에 동전을 얹어 놓는 관습이 있었다. 우리나라 장례 풍습의 노잣돈 개념이다.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 등이 “유다인들의 장례 관습에 따라” 시신을 수습했다는 성경 기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다.



그동안 수의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몇 차례 있었지만,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는 찾아내지 못했다. 영국 다큐멘터리 제작자 데이비드 롤프는 지난 2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토리노 수의(복제품) 전시회 기자회견에서 “14세기 도구와 기술만을 사용해 이 수의를 재현하는 사람에게 상금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말했다. 교황청과 토리노대교구는 수의를 ‘신비의 영역’으로 남겨놓자는 입장이다.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04-09 오후 4:52:0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