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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합창단 ‘베아띠’, 성음악으로 부활의 기쁨 만끽 | 2024-0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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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rie, Kyrie eleison!”(키리에, 키리에 엘레이손!)
3월 20일 제2대리구청 지하 강당. 합창단의 장엄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미사곡 중 자비송이었다. 강당 문 너머로도 선명하게 들릴 정도의 성량과 목소리에 담긴 에너지에 한 번 놀란다. 그리고 문을 열어 노래를 부른 합창단의 모습에 한 번 더 놀란다. 평균나이 72세. 시니어들이 모여 만든 합창단 ‘베아띠’(지휘자 정애란 베로니카, 영성지도 김우정 베드로 신부)의 연습실 풍경이다.
■ 합창단으로 부활한 시니어
교회의 많은 봉사가 그렇지만, ‘성가대’는 시니어가 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은퇴하게 되곤 한다. 성가를 부르는데 체력이 필요로 하다 보니, 젊은 세대들에 비해 성량 등이 약해지기도 하거니와 젊은 세대가 활동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도 받는다.
그래서 시니어 성가대를 구성하는 본당도 있지만, 시니어 성가대가 없는 본당에서는 수년에서 수십 년을 성가로 봉사하던 신자들은 봉사를 내려놓아야 한다. 교회 안에서 봉사의 주역이었던 시니어들은 ‘미사만 다니는 사람’ 혹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됐다는 것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시니어합창단 베아띠가 창단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시니어가 교회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고, 교회에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회에 도움이 되는 역량 있는 봉사자들이라는 생각을 널리 퍼뜨리고자 시니어들이 모여 구성된 합창단이다. 2022년 11월 창단한 베아띠는 초기에 10여 명으로 시작해 현재 42명이 함께하고 있다. 베아띠는 ‘복된 사람들’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도움을 받는 시니어가 아니라, 원숙한 경험으로 교회에 도움을 주는 시니어를 지향하는 베아띠. 그러다 보니 베아띠는 단순히 복지 차원에서, 혹은 친목 도모 차원에서 활동하는 합창단이 아니다. 입단비와 회비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의상비, 공연장 대관료에 이르기까지 그 단원들이 직접 합창단을 위해 기부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베아띠 설립 초기부터 활동해 온 백봉희(루치아·79·제2대리구 분당이매동본당)씨는 “베아띠가 교회 안에서 봉사 기회를 주는 것 같아서 좋다”면서 “봉사하고 싶지만 나이 때문에 단체를 나가야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베아띠 활동을 통해 나이가 많은 사람도 열심히 자기 삶을 가꾸는구나 하는 인식을 주고 싶고, 노래를 좋아하고 노래로 봉사하고 싶어 하는 시니어 분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부활의 기쁨으로 노래하다
베아띠는 오는 9월 창단연주회를 열고자 준비하고 있다. 창단연주회에서 연주하게 될 주요 노래는 요제프 하이든이 작곡한 ‘불안한 시대를 위한 미사’(Missa in Angustiis, Hob.Ⅹ /11), 일명 ‘넬슨 미사곡’으로 불리는 노래다. 베아띠는 창단연주회 1부를 40여 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크레도(Credo, 신경)를 제외한 미사곡 전곡을 연주할 계획이다.
‘넬슨 미사곡’은 곡 자체도 어려울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함께 노래하는 곡이다 보니 합창단의 성량도 상당히 필요해, 기술과 체력을 모두 요구하는 고난이도의 곡이다. 젊은 사람들도 소화하기 어렵다 보니 보통 전례용보다도 연주용으로 많이 선택하는 곡이기도 하다.
베아띠는 창단연주회에 이 곡을 선보임으로써 시니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시니어의 위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 ‘넬슨 미사곡’은 작곡자 하이든 역시 시니어가 된 66세에 작곡한 곡이기도 해 의미를 더한다. 하이든은 화려하고 웅대할 뿐 아니라 긴장감 있는 이 미사곡을 선보이면서 노인의 작품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젊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아띠는 창단연주회에서 1부에서는 ‘넬슨 미사곡’을 2부에서는 여러 종교음악과 대중에게 친숙한 가곡 8곡가량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에는 2박3일로 합숙도 진행했다.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연습하는 강행군이었지만, 단원들은 오히려 “젊어진 느낌이 든다”며 더 열정적으로 연습에 매진했다. 창단연주회 전 5월과 8월에도 합숙을 실시해 연주회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베아띠 단원 노준용(보나파시오·79·제2대리구 평촌본당)씨는 “단원분들이 기본적으로 오랜 기간 성가대에서 활동하셔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음악적 수준이 높다”면서 “베아띠에서 연습하면서 많이 배우고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제 실력이 높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어 연습할 때마다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창단연주회만이 아니다. 베아띠는 10월에는 이탈리아를 방문해 현지 여러 성당에서 버스킹 공연을 펼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밖에도 힘이 닿는 만큼 교회 내 곳곳에서 성가를 통해 봉사하면서 시니어의 역량을 보여주는 단체로 나아가고자 지향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정애란(베로니카·66·제2대리구 분당성마태오본당) 지휘자는 “합창단을 통해 좋은 노래를 들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 안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바람직한 시니어 합창단의 모습을 보여 시니어에 대한 시선을 변화시키고 싶다”며 “늙었다고 해서 하느님을 멀리하는 게 아니고, 또 우리에게 부활의 신앙이 있듯이 부활의 기쁨으로 하느님을 찬미 찬송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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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09 오전 11:45:38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