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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 다양한 이야기에서 끌어올리는 하느님 사랑 2024-04-09


 

 

소설(小說)은 인간의 굴곡진 모습이나 사회상을 드러낸다. 그래서 우리 삶과 가장 가깝게 닿아있는 문학 장르라 할 수 있다.

 

 

‘문학 속의 신앙 이야기’ 부제가 붙은 「나의 오래된 연인」은 소설이라는 양식 안에서 신앙을 끄집어낸 책이다. 작품 속에 그려진 사람들의 좌절과 실패, 절망과 분노, 그리고 이를 극복해 가는 사랑과 용서의 주제를 하느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대소설을 전공한 저자 김은정 교수(엘리사벳·경남대 국어교육과)는 37편의 한국 문학 작품을 통해 그 안에 나타나는 신앙의 모습을 살핀다. 각 소설을 ‘성탄’으로 시작해 겨울-봄-여름-가을 등 사계절 순으로 구성하고 이를 고통과 용서 이야기, 신앙의 의미, 신앙인이 가진 인간적인 고민과 번뇌, 사랑의 모습과 각각 연결 지었다.

 

 

고(故) 박완서(엘리사벳) 작가의 「한 말씀만 하소서」를 통해 ‘고통 속에서 찾는 응답’을 찾고, 김동리의 「부활」을 소개하면서는 부활에 대한 묵상을 나누는 식이다.

 

 

“‘주님은 왜 하필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나?’라고 원망할 게 아니라 ‘왜 나라고 이런 고통을 받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라고 바꾸어 생각하면 될 일이다. ‘내가 뭐관대…’라면서 나의 오만한 마음을 내려놓으면 된다. 이것이 바로 작가로 하여금 그 크나큰 고통에서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게 한 ‘한 말씀’이었다.”(35쪽)

 

 

“부활이 신비로운 기적에 머무르는 한 그것은 오직 천상의 것이며 우리 인간은 그저 바라보고 기대기만 하는 존재에 그친다. 부활이 지상으로 내려올 때 비로소 우리 인간도 부활하는 존재가 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70쪽)

 

 

이승우의 「못」에서는 사랑의 부드러움을 이야기한다. “생각과 말이 점점 뾰족해지는 못의 시대, 이 사대를 헤쳐 나가야 할 신앙의 모습은 결국 똑같이 뾰족하고 날카로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시대의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못의 날카로움이 아니라 사람의 부드러움이다.”(144쪽)


 

 

책은 마산교구 주보에 3년간 연재된 기고를 묶은 것이다. ‘신자들이 읽으면서 신앙생활도 돌아보고, 문학 작품 한 편씩을 덤으로 얻게 되는 내용’을 염두에 두고 써진 글들이다. 독자들의 반응처럼, 책을 읽다 보면 소개된 소설들을 찾아 읽고 싶어진다. 또 우리 문학에 이처럼 다양한 하느님 이야기가 스며 있었는지 놀라게 된다.

 

 

배기현(콘스탄틴) 주교는 추천사에서 “소설은 우리로 하여금 삶과 사람을 바라보는 또 다른 지평을 열어주고 우리 삶의 외연을 확장시켜 다른 이의 아픔을 기꺼이 내 것으로 삼을 수 있게 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그냥 읽고 지나치기 쉬웠던 소설들을 신앙의 눈으로 읽어 내려간 작업이 의미 있다”고 전했다.

 

 

책 제목에서 ‘오래된 연인’은 저자에게 하느님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 주님과의 사랑 속에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제목에 담았다”는 저자는 “마음에 근심이 많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전하는 평화의 인사는 큰 위로가 되기에, 내가 전하는 평화의 인사도 누군가에게 닿아 그 마음이 가벼워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4-09 오전 11:45:38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