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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속담 2024-04-05

산 입에 거미줄 치겠냐 마는 갈수록 태산이다. 나오느니 눈물이요, 터지는게 한숨이다. 손톱은 슬플 때마다 돋고, 발톱은 기쁠 때마다 돋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곶감 빼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감기 고뿔도 남 안주는 구두쇠로 살 수밖에 없다. ‘사발 농사’(남의 집에 가서 밥 얻어먹고, 자기 집 쌀을 절약하는 일)라도 지어야 할 판이다. 가진 돈이 없으면 망건 꼴도 나쁘듯, 요즘 우리 모습이 그렇다. 물질적 고통과 함께 마음과 영도 함께 가난하다. 실정이 이런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권에는 정쟁만 있다. 가는 토끼 잡으려다 잡은 토끼를 놓치고 있다. 게다가 굴 파지 못하는 토끼, 뒹굴지 못하는 굼벵이가 많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들리지 않는다.

도낏자루가 썩고 있다. 국민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해도,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외쳐도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힘센 놈이 염라 태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겠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뿐이고 뱀 본 새 짖어대듯 요란함이 가득하다. 말 많은 집은 장맛이 쓴 법이다. 목수가 많으면 집을 무너트린다. 배가 산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

게다가 서로 험담하는 꼴이,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하는 격이다. 빈대도 염치가 있는 법이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는데, 싸움을 붙이고 흥정은 말린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오직 끼리끼리다. 어물전 망신을 꼴뚜기가 시키고 있다. 그런데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고, 한쪽 편들기를 부추기는 이쪽저쪽 언론들도 얄밉기는 마찬가지다. 

이 혼란한 틈을 노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성실한 대중 신앙’의 힘을 믿는다. 꼭두새벽 풀 한 짐이 가을 나락 한 섬이다. 곡식은 주인 발소리 듣고 자란다. 거저 얻은 재물은 줄어들기 마련이고 조금씩 모으는 재물은 늘어난다. 티끌 모아 태산이다. 부처님 살찌고 마르기는 석공에게 달렸다. 무쇠도 갈면 바늘이 된다. 굳은 땅에 물이 괸다. 쥐를 원망하지 말고 먼저 쥐구멍을 막으라는 말이 있다. 감나무 밑에서 홍시 떨어지기 바라기는 이제 그만하자.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 희망을 희망하자. 들이 있으면 마을이 있고, 산이 높으면 절이 있다고 했다. 사람이 어디를 가든 쉴 곳이 있다. 고통, 그 뒤의 부활을 보는 것이 신앙 아닌가. 소가 비비는 것이 언덕이라면, 우리는 신앙에 비벼보자. 그럴 때 ‘하느님 나라 구현’이라는 기적 또한 가능할 것이다. 가물에 콩 한번 만들어 보자. 이러한 기적을 만들어 내는 일은 혼자서는 힘들다. 참 신앙은 혼자서 구하는 것이 아니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 손뼉도 두 손이 부딪혀야 한다. 공동체가 함께해야 한다. 백지장(白紙張)도 맞들어야 한다. 
 


글 _ 우광호 발행인
원주교구 출신.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1994년부터 가톨릭 언론에 몸담아 가톨릭평화방송·가톨릭평화신문 기자와 가톨릭신문 취재부장, 월간 가톨릭 비타꼰 편집장 및 주간을 지냈다. 저서로 「유대인 이야기」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성당평전」, 엮은 책으로 「경청」 등이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04-05 오전 8:12:03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