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가 지난해 11월 25일 주교좌 남천성당에서 열린 2023 교구 젊은이의 날 행사에서 ‘청소년·청년의 해’ 개막을 선포하자 청년들이 환호하고 있다. 부산교구 제공
팬데믹을 지나며 청소년들이 교회를 떠나갔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청소년들의 곁을 지켜 주지 않은 것은 교회였다. 청소년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팬데믹이 휩쓸고 간 그들 삶의 길 위에서 오롯이 각자가 받은 상처와 혼란함, 불확실한 미래와 싸우며 그 자리에 서 있다. 걸어왔던 자취도 그리고 걸어나가야 하는 여정도 모두 희미한 상황에서 여전히 삶의 의미를 갈망하고,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만나기를 갈망한다. 우리 교회도 모든 것이 풍요로웠던 한 시절은 잘 내려놓고 청소년과 함께 신앙의 여정을 이어나가는 데 더욱 몰두해야 한다.
사회와 교회 모두 시대적 전환을 요청받는 이때, 2027년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의 개최지로 대한민국 서울이 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한국 교회 또한 이 대회를 통해 청소년 사목의 중요한 전환점과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 한국 교회에 마련해주신 이 기회는 다시 한 번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젊은 교회를 향한 꿈을 살아가도록 우리 모두를 초대하신다. 교회의 끊임없는 쇄신과 지속적인 사명 실천을 위해 젊은이들의 참여와 양성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꿰뚫어 보았던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세계 청소년의 날’을 선포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부터 이어온 ‘젊은 교회’의 비전을 확산해 나가며 젊은 교회의 실현을 위해 두 가지 요소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첫째는 젊음을 육체적으로 간직한 젊은 세대인 어린이·청소년·청년들이고, 둘째는 교회의 본질인 젊음을 살아가며 어린이·청소년·청년들을 환영하는 성숙한 성인들이다. 교회가 지닌 복음의 진리를 잘 이해하고, 그들의 세계와 하느님의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는 성인 중재자들이 있을 때 다음 세대는 희망을 잃지 않고 각자가 받은 사명을 계속해서 살아나갈 것이며, 교회가 젊은 모습을 유지하도록 도울 것이다. 지침서가 실천을 촉구하는 청소년 사목 목표의 행위 주체가 청소년이 아닌, 바로 교회 공동체 전체에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교회 공동체 전체가 청소년에게 먼저 다가가 복음을 선포하고, 교회 자신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낼 때 비로소 청소년들은 ‘청소년 사이에서,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진정한 청소년 사도가 되어 복음화의 주역이 될 것이며, 그들에 의해 교회는 젊은 교회로 거듭날 수 있다.
교회가 다시 한번 젊은 교회를 향해 ‘첫걸음을 내딛고, 뛰어들고, 함께 가며 열매 맺고, 기뻐하기’에 온 노력을 함께 기울일 것을 기대한다. 또한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청소년에게 본연의 모습으로 다가갈 용기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시길 청한다.
조재연 신부(서울대교구, 햇살사목센터 소장)
천진아(햇살사목센터 연구실장)
이세라(햇살사목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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