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생명평화순례’에 함께한 4대 종단 종교인들이 21박 22일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고성통일전망대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 제공
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 등 4대 종단 종교인들이 21일 ‘DMZ(비무장지대) 생명평화순례’를 마무리했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외치며 경기도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강원도 고성통일전망대까지 400㎞에 이르는 21박 22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린 것이다.
엄혹한 전쟁의 시기, ‘생명·평화’라는 하나의 가치를 위해 함께한 종교인들은 순례를 마무리하며 종교를 넘어선 평화를 구축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특히 이번 순례는 종단별 신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구간별 참여도 더해지며 함께 생명과 평화의 문화를 염원하는 시간도 됐다. 춘천교구장 김주영 주교와 교구 사제·신자들도 강원 양구에서 인제 지역에 이르는 구간에 동참했다.
순례단장 이은형(의정부교구 6지구장) 신부는 “긴 여정을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게 뿌듯하기도 하지만, 북녘 땅을 바라보니 먹먹한 감정도 올라온다”며 “우리가 걸었던 이 구간이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의 소중한 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4대 종단 성직자들은 순례하는 동안 허물없이 어울리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며 “남과 북도 차이를 차별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름을 틀렸다고 규정하지 않으면서 소통해나간다면, 우리가 염원하는 평화가 언젠가 통일이라는 결실로 맺어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일문(불교 실천승가회 공동대표) 스님은 “이번 순례는 각기 다른 종교인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견 없이 기도하며 마음을 모은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면서 “이처럼 종교가 사회에 이바지하는 문화가 많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순례가 당장의 평화를 가져오진 않겠지만, 많은 이들이 동참하면서 큰 흐름을 이룬다면 한반도에도 반드시 평화가 도래할 것”이라며 “종교의 차이를 넘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힘닿는 데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처음 평화 순례를 함께한 4대 종단은 향후 주변 국가 종교인들도 DMZ 순례길에 초대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기원하는 여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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