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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월 평화칼럼] 나눔은 나눔을 낳는다 2021-03-04


나눔도 전염되는 걸까. 지난달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우아한 형제 이사회 의장이 재산의 절반인 5천억 원을 기증한다고 선언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5조 원 기부 약속 감동이 가시기도 전이다. 2월 15일에는 김형영 스테파노 시인이 77세로 선종하며 시신을 기증했다. 그가 남긴 시 ‘행복합니다’의 마지막 연이다. “가지고 갈 것이 하나도 없어/ 살아온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이/ 당신은 행복합니다.”

살아서 자신의 거의 모든 재산을 나눈 분도 있다. 280여억 원을 사회에 환원한 황필상 박사. 2018년에 71세로 세상을 떠나며 시신마저 모교 아주대학교에 기증했다. 구원장학재단(구 황필상 아주장학재단) 김종원 사무과장이 전하는 고인의 말이다. “재물은 사회가 만들어 준 것이다. 돈은 밥 먹을 만큼만 있으면 된다. 그 이상의 재물은 정신을 썩게 만든다. 몸도 마찬가지다.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시신도 기증해야 한다.”

자신의 몸을 기증하는 것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값진 나눔이다. 의학연구용 시신기증은 이제 충분하지만, 피부, 뼈와 같은 신체 조직을 기증하는 조직기증과 간, 심장, 췌장과 같은 장기를 기증하는 장기기증은 아직 너무나 모자란다. 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장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통계로는, 2020년 말 현재 4만 3182명이 대기하고 있다.

2018년 뇌사자로부터 간을 이식받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어느 자매의 글이다. “잠자기 전이나 일을 할 때,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나는 왼쪽 가슴 밑을 어루만지며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내 가슴속에 살아 있어 줘서 고맙습니다.’”간이식 받은 뒤로 4년째, 매달 셋째 일요일이면 남편과 함께 수녀들이 운영하는 ‘온정의 집’에서 봉사한다.

뇌사한 사람 한 명이 장기를 나눠주면 약 3.8명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 한 명이 사후에 조직을 기증하면 100여 명에게 피부와 뼈 등을 줄 수 있다. 2018년 기증자 통계를 보면 세계에서 장기기증을 가장 많이 하는 스페인은 인구 100만 명당 48.9명인데, 한국은 8.68명이다. 장기 나눔을 주저하는 유가족도 적지 않다. 2019년 우리나라에 장기를 줄 수 있는 잠재 뇌사자가 2009명 있었는데, 450명 만이 증여했다. 기증자 한 명에서 평균 3.8개의 장기가 나오므로, 5900여 명을 살릴 기회가 날아가 버린 셈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장경숙 홍보부장이다.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서 기증에 대한 의사를 평소에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명확하게 표현해두면 좋고요. 기증 희망 등록을 하시면 더욱 좋지요. 등록했다고 해서 꼭 하는 건 아닙니다. 나중에 유가족이 반대하면 안 할 수도 있습니다.”

장기기증, 조직기증, 시신기증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86세에 선종하며 각막을 증여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107세 할머니가 각막을 기증했고, 미국 텍사스에서는 92세 할아버지가 간을 기부했다. 생후 100분밖에 안 된 신생아의 신장을 기증한 사례도 있다.

“저에게 이런 기적을 선물해준 기증자와 그 유가족에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으로 보답하려 합니다. 저 또한 제 삶이 끝나는 날 그분처럼 모든 것 내려놓고 가겠다고 다짐하며 그분을 닮아 가려 애써봅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에 실린 글이다. 20년 전 간이식 받은 분이 지난해 올렸다. 육신의 기증은 인생의 마지막 나눔이다. 그 나눔은 나눔으로 이어진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03-04 오전 10:00:09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