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회 아시아 청년대회의 숨겨진 이야기
순도 100% 믿음 하나로 뭉친 아시아 23개국 젊은이들의 축제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해 열기 후끈
아시아 청년 수천 명이 충남 당진과 서산에 모였다. 유명한 록 밴드를 만나거나 스펙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믿음’ 하나로 뭉친 청년들이다. ‘아시아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는 주제로 13일 성대하게 개막한 제 6회 아시아 청년대회(Asia Youth Day, 이하 AYD) 참석자들이다. 순도 100% 믿음 하나로 아시아 전역에서 2,000여 청년들이 모여든 만큼 현장의 열기는 뜨겁고 치열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참석으로 후끈 달아오른 AYD의 숨은 이야기를 모아봤다.
▲수없는 논의 끝에 완성된 청년대회 프로그램 4박5일 간 진행되는 AYD는 매일 다른 주제로 진행된다. 각각의 주제는 13일 ‘와서 보아라’, 14일 ‘우리 신앙의 근원을 찾아서’, 15일 ‘젊은이여, 두드려라!’, 16일 ‘함께하는 여정 나, 우리, 순교자 그리고 예수님’, 17일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전하여라(마르 16:15)’이다. 프로그램 역시 이 주제에 따라 다채롭게 구성됐다. 최종 프로그램이 나오기까지 20여 회 이상의 수정을 거쳤다.
▲ 타악기 축제와 보아, 크라잉넛 공연, 도보순례 등 행사 다채 신앙의 근원을 찾는 둘째 날에는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한국천주교의 역사를 연극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각 나라의 천주교 역사를 보여주는 부스를 설치하고, 참가자들이 신앙의 씨앗을 찾아본다. 그 다음 순서로 AYD는 신앙의 근원을 찾은 청년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타악기로 심장소리를 표현하는 ‘두드림 축제’를 준비했다. 하지만 공연만으로는 무엇인가 허전했다. 이 부족함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 청년들과 만나 시대와 신앙을 고민하는 그들에게 멘토로서 답변하는 자리로 채워졌다.
시복 미사가 서울 광화문에서 거행되는 16일은 순교자들과 함께한다. 청년들은 한서대부터 해미읍성까지 5km를 걸어서 순례를 한다. 해미읍성 인근에 다다르면 그 시간 시복된 복자 124위의 초상화가 양 옆으로 늘어선 가운데 목적지까지 걷는다. 이날 도보순례는 ‘한국 순교자의 길을 따라서’라는 부제처럼 순교자들과 함께 걷는다는 의미가 있다.
같은 날 해미읍성에서는 파이널 페스티벌이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 청년대회 홍보대사 보아와 크라잉넛을 비롯한 출연진들이 환상의 무대를 선보인다. 순교자들이 천상으로 올라간 바로 그 땅에서 청년들은 순교자들과 하나 되는 순간이다. AYD 준비위원회 운영본부장 박진홍 신부(Rev. Joseph PARK Jin-hong)는 “순교자와 천주교신자 청년들은 시대의 흐름과는 다른 가치로 살았고, 살고 있다”며 “아직도 순교자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해미읍성에서 페스티벌을 열고 청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천상의 순교자들과 함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멘토 프란치스코, 이 시대 청년의 고민에 응답하다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하는 솔뫼성지에서는 세대와 국적을 뛰어넘는 특별한 만남이 진행된다. 교황과 아시아 청년들이 ‘만남의 장막’이라는 공간에서 함께한다. 이 자리에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진지한 고민을 나눈다.
캄보디아, 홍콩, 한국 청년은 성소(하느님께 받은 소명), 선교, 가치관을 주제로 교황에게 질문을 던진다. 교황은 현장에서 청년들의 고민에 답해줄 예정이다. 대화는 이탈리아어가 아니라 영어로 이뤄진다. 모국어에 비해 유창하지는 않지만 청년들과 어려움 없이 소통하려는 교황의 열정과 의지를 보여준다. 교황은 17일 해미읍성에서 봉헌되는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에서도 영어로 강론한다.
▲“당신의 자리가 큽니다” - AYD 홍보대사 보아 한류스타 보아(끼아라)가 AYD 홍보대사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시아 청년들에게 사랑받는 가수이자 독실한 신자이기에 홍보대사로 보아만한 인물이 없었다. 15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각 나라의 젊은이들과 함께 오찬을 한다. 하지만 16일 해미읍성에 열리는 파이널 페스티벌에는 미리 약속된 공연일정으로 참가하기 어려워졌다.
파이널 페스티벌에 앞서 ‘생명과 이 시대의 성(性)’을 주제로 진행되는 생명문화운동가 이광호(베네딕토) 교수의 강연이 있어, 이에 벗어나지 않는 연예인을 찾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마지막 순간, 박 신부는 커다란 아쉬움을 담아 보아의 어머니 성영자(아녜스) 씨에게 “보아의 자리가 큽니다”라는 짤막한 문자를 보냈다. 답변을 바라지 않은, 허탈한 심정을 담은 문자였다. 그런데, 답변이 바로 왔다. “이 문자를 기다렸습니다.” 16일 공연 문제가 너무 쉽게 해결된 것이다. 이 문자 두 통으로 보아는 다시 아시아 청년대회와 함께 하게 됐다. 교황과의 오찬과 파이널 페스티벌에도 참석, 청년 신자로서 아시아 청년들과 만난다.
▲“한국의 교만을 반성합니다” 제6회 AYD는 역대 청년대회 중 한국 청년들이 가장 많이 참석하는 대회다. 오히려 세계청년대회에는 몇 천 명씩 참가하기까지 한 한국교회지만 아시아 청년대회에는 큰 관심을 쏟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작부터 커다란 어려움이 있었다. 아시아 교회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아시아청년대회에 무관심으로 일관해왔다고 실망감을 표시하였다. 감정의 골은 깊었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는 대회 준비에 앞서 한국 교회는 장소만 제공하고 프로그램은 알아서하겠다고 통보하였다.
대회 준비위원회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담당 주교와 총무를 비롯 각 지역의 대표자 8명을 대전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한국 교회가 교만으로 우리 이웃, 아시아교회를 무시했었다. 정말 반성한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잘하겠다”는 박진홍 신부의 말에 아시아 대표들의 마음 속 서운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서로 눈물을 흘리며 부둥켜안았다. 순교자의 땅에서 아시아가 하나가 된 것이다. 이후로는 한 번도 의견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주제 선정과 프로그램 결정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는가 하면, 아시아 각국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박 신부는 “이번 대회의 중요성은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눈 것이 아니라 아시아 청년들과 친구가 되고, 하나가 되어 교황님을 맞이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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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제6회 AYD 운영본부장 박진홍 신부 인터뷰 “프란치스코 교황, 아시아와 청년 모두를 만나러 온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듯이, 저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Asia Youth Day, 이하 AYD)에 참석하기 위하여 가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일 공개된 인터뷰 영상에서 한국 방문의 목적을 뚜렷하게 밝혔다. 유례없이 대륙 청년대회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한국을 8월의 크리스마스로 만든 아시아 청년대회의 의미를 AYD 준비위원회 운영본부장 박진홍 신부(대전교구 청소년국장)를 통해 들어봤다.
“가톨릭 교회에서 볼 때 아시아는 비전 있는 지역입니다. 그리고 청년들은 교회의 미래죠.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곳이 바로 ‘아시아 청년대회’입니다.”
AYD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아시아대륙 23개 나라에서 청년 2000여 명이 참석한다. 같은 기간에 열리는 한국청년대회(이하 KYD) 참가자 4000명을 포함한다고 해도 1만 명이 안 된다. 규모로 보면 16일 서울에서 봉헌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행사다. 하지만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과 교회 미래를 책임질 아시아 청년들의 만남은 큰 의미를 가진다. 그러기에 20여 회 이상 프로그램을 수정하면서까지 준비위원회가 신경을 써왔다.
이번 청년대회는 ‘아시아의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라는 주제 아래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특별히 시복 미사가 봉헌 되는 16일에는 순교자 124위의 초상화를 들고 하는 도보순례와 해미읍성에서 아시아 각국의 청년들이 어우러지는 파이널 페스티벌이 진행된다. 한국교회의 신앙선조들과 함께한다는 의미에서다.
“순교자와 천주교신자 청년들은 시대의 흐름과는 다른 가치로 살았고,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다는 점에서 땅 속에 묻혀 있는 순교자와 땅 위의 청년들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순교자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해미읍성에서 페스티벌을 열고 청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천상의 순교자들과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요?”
역대 AYD 중 한국 청년들이 가장 많이 참석하는 이번 대회는 한국교회가 아시아 지역교회와 소통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박 신부는 AYD를 통해서 아시아교회와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청년들이 친구가 되는 자리입니다. 이 시간, 이 자리의 의미를 확대해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만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아 청년대회가 그 일의 씨앗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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