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구 소식
- 전체 2건
[보도자료_0730] 교황님을 기다리는 사람들 프란치스코 교황, 21년 전 한국 수녀회에 보낸 편지 화제 | 2014-08-05 |
---|---|
교황님을 기다리는 사람들 ① 프란치스코 교황, 21년 전 한국 수녀회에 보낸 편지 화제
‘흰 장미 한 송이와 함께 온 한국 수녀들’
# 1993년 4월 중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 시립병원.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 보좌주교였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주교는 한국인 수녀 세 명의 손을 잡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환자들을 영적으로 보살펴줄 원목수녀들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 어디에서도 지원자를 찾을 수 없던 그때, 지구 반대편에서 찾아온 수녀들은 복음이었다. 수녀들의 환영식을 하던 중 베르골료 주교는 성당 제대 구석, 작은 유리병에 꽂힌 흰 장미 한 송이를 보고 주님의 응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녀들을 보내달라는 기도를 주님께서 들어주셨다는 징표로 흰 장미 한 송이를 보내달라고 했던 비밀스런 기도가 답을 얻은 것이었다. 흰 장미 한 송이를 통해 한국인 원목수녀와 주님의 응답을 얻은 베르골료 주교.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이 임박하면서, 교황이 주교 시절에 한국과 맺은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199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 보좌주교 시절, 한국 수녀회인 ‘성가소비녀회’에 직접 써서 보낸 편지를 통해서다.
중남미한국문화원(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은 8월 교황 방한을 기념해 ‘사진으로 보는 교황과 아르헨티나의 한인들(El Papa Francisco y la comunidad coreana a través de imágenes)’을 주제로 7월 18일부터 8월 10일까지 사진전을 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1993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 시립병원에 파견되어 온 한인 수녀들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1993년 4월 15일 성가소비녀회(당시 명칭 ‘서울 성가소비녀회’)는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주교(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청에 화답해 수녀 3명을 아르헨티나에 있는 ‘테오도로 알바레스’ 시립병원에 파견했다. 환자들을 영적으로 보살펴줄 원목수녀를 찾지 못해 오랫동안 고심했던 베르골료 주교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수녀들의 전교활동에 감사하는 뜻으로 같은 해 5월 29일 성가소비녀회 창립 50주년 축하 편지를 써서 보냈다. 중남미한국문화원이 공개한 편지는 한글 번역문으로, 수녀회 소식지인 <소비녀> 1993년 가을호 지면을 촬영한 것이다.
편지에서 교황은 “기존에 있던 수녀회가 철수한 뒤 이곳 수도회 대표들에게 수녀를 보내달라고 20여 통의 편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는데, 한국에서 수녀님들이 와주셨다. 우리 아르헨티나인들은 수녀님들 안에서 성모님을 느끼며 거룩한 어머니이신 교회를 본다”고 감사를 표했다.
교황의 소박한 성품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작은 표징을 달라고 기도했더니 주님께서 응답해 주셨다”는 고백이다. 한국 수녀들의 도착을 기다리며 베르골료 주교는 성인 성녀들의 은혜를 구하는 기도에 주님께서 응답해 주셨다는 표징으로 ‘흰 장미 한 송이’만 보내달라고 청했는데, 도착한 수녀님들에게 축복을 주었을 때 성당 제대의 아주 작은 꽃병에 흰 장미꽃이 딱 한 송이 꽂혀있더라는 사연이다.
당시 아르헨티나에 파견됐던 세 명의 수녀 중 한 사람인 최정희 베노아 수녀는 “교황님은 온화하며 겸손한 분이셨다. 수도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무엇이든지 도와주시겠다는 말씀과 오랜 시간 많은 일을 하면서 지치고 슬픈 모습으로 살지 말고 하루에 서너 시간만 일하더라도 웃으면서 기쁘게 살라는 말씀을 듣는 순간 하느님이 왜 나를 이곳으로 보내셨는지 알 수 있었다. 나에게 새로운 수도생활의 장이 열리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성가소비녀회는 1943년 12월 25일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성재덕 베드로 신부가 설립한 국내 토종 수도회로서 가난한 사람, 병자, 장애인, 무의탁자들을 돌보고 있다.
*관련기사: 1993년 아르헨티나 파견됐던 최정희 수녀 회고담
[첨부]베르골료 주교의 편지 텍스트
서울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께 그리스도 안에서 가장 큰 존경심과 사랑을 드립니다. 4월 중순부터 서울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이 ‘테오도로 알바레스’ 병원의 사목을 맡았습니다. 이 사실이 부에노스아이레스 플로레스 지역에는 하느님의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그 전부터 계시던 수녀님들이 철수한 뒤부터 이 병원의 사목이 무척 힘겨웠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 사명과 일의 중요성조차 이해받지 못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병원에서 일할 수녀님들의 필요성을 직접 목격하면서, 요셉 성인과 소화 데레사 성녀께 이 일을 맡겨드렸습니다. 여태껏 내가 청하는 바를 항상 들어주셨기 때문에 그분들께 이 축복을 얻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렸던 것입니다. 이제 그 은혜를 받게 되었고, 이미 수녀님들은 병원에 계십니다. 나는 수녀님들이 이 사명을 받아주신 것에 대해 매우 감사롭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사명은 한국 사람이 3만 명 정도 살고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를 위해서는 물론이며, 창립 50주년을 맞는 성가소비녀회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수녀님들은 가난하고 가장 필요로 하는 이들 가운데에서 전선의 일을 맡고 있습니다.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고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과 하느님 말씀을 갈망하며 마음을 열고 있습니다. 이 일에서 수녀님들은 교회 안에서 여성으로서 또한 어머니의 부드러움을 지니고 복음을 전하는 진정한 선교사인 것입니다. 이 글을 통해 서울 성가소비녀회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당신 나라를 위한 복음전파의 행적에 있어서 성소를 많이 늘려주심으로써 보답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령께서는 시간 안에서 현존하시며 시작하신 계획을 행적을 통해서 확인해 주실 것이고, 당신의 영감을 통해 이끌어나가실 것입니다. 모든 점에 대단히 감사를 드리며 소박한 이야기 한 편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