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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고통스럽고 아픈 이들과 함께 합니다" 2014-04-20

"세월호 참사로 고통스럽고 아픈 이들과 함께 합니다"

염수정 추기경,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여객선 세월호 참사 기도


서울 카리타스, 광주 카리타스 진도 실내체육관 앞 부스설치


저녁 8시 피해자 가족들과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 집전 예정


팽목항 앞에서도 동시에 진행해













그리스도교 최대 축제일인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아 전국 각지 성당에서는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여객선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가운데, 천주교 내에서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기억하며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오늘 오후 2시 가회동성당에서 봉헌될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염수정 추기경은 여객선 세월호 사망자와 실종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염 추기경은 미사 중 신자들에게 특별히 세월호 사망자와 실종자를 기억할 것을 요청하며 함께 기도할 예정이다. 염 추기경이 여객선 세월호 사망자와 실종자들을 미사 중 특별히 언급하고 기도하는 것은 지난 17일(목) ‘성유 축성 미사’와 어제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부활 성야 미사’ 이후 세 번째다.

 


한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광주가톨릭사회복지회와 함께 진도 실내 체육관 앞과 팽목항에 부스를 마련해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체육관 앞 부스에서는 어제부터, 팽목항 부스에서는 오늘부터 매일 저녁 8시에 사제가 주례하는 미사도 열린다. ‘예수 부활 대축일’인 오늘도 자원봉사자들, 피해자 가족 등 40여명과 함께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 정성환 신부와 광주대교구 최기원 신부가 각 부스에서 미사 주례를 하며 수도자들도 각각 4명씩 미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어제부터 진도 현지에 파견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장 정성환 신부는 “현지에 와 보니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계셔서 물품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가장 필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아프고 고통스런 마음을 어루만지고 이들에게 영적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들과 함께 하면서 매일 미사를 드리고 위로하면서 심적 안정을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 신부가 현지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세월호 탑승객 중 단원고 학생 22명, 선원 1명, 지도교사 1명 등 총 24명이 가톨릭 신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염 추기경이 오늘 오후 2시 가회동성당 미사에서 낭독할 강론 전문.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죽음의 세력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북녘의 형제자매들에게도 주님의 빛과 생명, 그리고 평화가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오늘 미사 중에 여객선 세월호의 희생자들과 실종자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실종상태에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픕니다. 특별히 부모님들의 마음을 하느님께서 위로해주시기를 기도합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이 밤에 우리는 고통과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그분께 희망을 둡니다.

당신 아드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통해서까지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시는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은총이 이번 참사로 아프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이 고난을 이겨나가는 버팀목이 되고 희망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고통을 받고 있는 분들과 함께 기도합시다. 그리고 구조를 담당하는 관계자 여러분들도 힘을 잃지 않고 끝까지 맡은 바 사명을 다하도록 하느님께서 힘과 용기와 지혜를 주시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이하 2014 부활 메시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나 사흘 만에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인간에게 영원히 살게 하는 참 생명에 이르는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사도들의 증언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예수님께 부르심을 받았던 사도들은 본래 배움도 짧았으며, 겁 많고 나약한 보통의 인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핍박을 받고 고초를 당하실 때에는 스승을 배반하고 도망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나약한 사도들이 부활하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만나고 그분의 영을 받은 후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사도들은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성과 힘을 다해(루카 10,27 참조)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거하였습니다. 사도들이 살아 계신 예수님을 체험하지 않았다면 감히 나서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순교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시복을 결정하신 ‘하느님의 종 124위’를 보더라도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이들도 있지만, 인간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했던 천민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죽음 앞에서 흔들림이 없었으며, 사형장에서는 오히려 얼굴에 기쁨의 빛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생전에 가난하고 유약해 모든 이들에게 비웃음을 샀던 조용삼 베드로(?~l801)는 마지막 형벌 때 박해자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대담하게 말했습니다. “하늘에는 두 명의 주인이 없고, 사람에게는 두 마음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천주를 위해 한 번 죽는 것뿐이며, 다른 말씀은 드릴 것이 없습니다.” 죽음의 공포 앞에 선 순교자들을 이처럼 굳건하게 변모시킨 힘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고 자신도 그분과 함께 부활하리라는 굳은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순교자들의 삶을 어떻게 본받을 수 있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재물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하느님의 자리를 대신하는 우상으로 여긴다고 우려하셨습니다.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욕심 안에는 결코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고, 지상의 재물에서는 결코 안전을 찾을 수 없다고도 하셨습니다. 가능한 재물을 많이 소유하고 축적하는 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 생각하는 세상 안에서 우리 신앙인들은 사랑과 나눔 안에 진정한 삶의 기쁨과 행복이 있음을 증거해야 합니다.(교황 프란치스코, 삼종기도 강론, 2014년 3월2일)

또한 갈등과 분열이 반복되고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우리들은 나의 생각과 뜻이 다른 이들을 보듬고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반대자들을 사랑하고 우리를 험담하는 이들을 축복합시다.”라고 말씀하십니다.(교황 프란치스코, 연중 제7주일 미사 강론, 2014년 2월23일) 사도들과 한국의 순교자들이 그러했듯이 우리 신앙인은 용감하게 모든 이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용기를 성령께 청합시다. 재물이나 명예와 같은 온갖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고 내게 소중한 것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 바로 순교이며 부활의 삶이 됩니다.

이번 우리나라를 “일어나 비추어라.”(이사 60,1)라는 주제로 사목방문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의 신앙이 다시 생기를 얻고 활성화되기를 기원합니다. 특별히 미래 교회의 주역인 젊은이들이 이번에 체험한 신앙을 바탕으로 삼아 우리 교회와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큰 인물로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이번에 시복되는 124위 복자와 이미 시성된 103위 성인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알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거칠고 힘들어도 부활의 믿음 안에서 주님과 같이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부활하고 새로운 하늘과 새 땅 가운데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집시다. 그래서 부활시기를 맞이하여 그리스도께서 지니셨던 마음을 우리 마음 안에 간직하여(필리 2,5 참조) 내적으로 새롭게 거듭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영광스러운 주님의 부활을 맞아 여러분과 우리 사회에 주님의 평화가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또한 온 세상과 한반도, 특별히 북녘땅에 주님의 평화와 자비가 전해질 수 있도록,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와 한국의 모든 성인 성녀의 전구를 청합니다. 아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