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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2013년 성탄메시지 | 2013-1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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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2013년 성탄메시지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이사 9,1)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대주교가 ‘예수 성탄 대축일’을 맞아 성탄메시지를 발표했다.
염 대주교는 메시지를 통해 “특별히 소외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과 북녘의 동포들에게 성탄의 사랑과 축복이 충만하게 내리기를 기원한다.”라고 성탄 인사를 전했다.
메시지를 통해 염 대주교는 “우리 사회에서도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립과 이기적인 자기주장만 일관하는 모습이 이어져 안타깝다.”라며 각박한 사회 분위기 속에 관심에서 멀어진 이웃을 언급했다. 이어 “오늘날 교회가 외적인 발전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다 할지라도 내적으로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교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염 대주교는 “주님께서 가장 가난하고 비천한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신 것이 과연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깊이 묵상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사랑으로써 소외된 이웃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 줍시다.”라고 당부했다.
메시지 전문은 서울대교구 주간 소식지 ‘서울주보’ 12월 25일자에 실리며, 서울대교구 선교문화봉사국 홈페이지 (http://cc.catholic.or.kr)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홈페이지(http://ysj.catholic.or.kr)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2013년 예수 성탄 대축일 메시지 전문.
[2013년 성탄메시지]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이사 9,1)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어두운 세상에 구원의 빛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맞이하여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특별히 소외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과 북녘의 동포들에게 성탄의 사랑과 축복이 충만하게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올 한 해 동안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선의의 뜻을 가지고 가족들과 사회를 위해 열심히 달려온 모든 분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느님은 외아들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시어 무한하신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셨습니다. 예수님은 이천여 년 전 유다 지방 베들레헴이라고 불리는 작고 보잘것없는 한 시골마을에서 탄생하셨습니다. 나자렛에서 온 마리아와 요셉은 여관을 전전하다 빈방이 없어 결국 허름한 마구간에서 아이를 낳아야 했고, 아기 예수님을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가장 비천하고 가난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루카 2,1-7 참조) 이것은 주님께서 사람들 가운데서도 가장 약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구원하시고 그들과 함께하시겠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성탄은 바로 생명의 빛이신 주님께서 우리 인간 가운데 임하셨다는 것을 기리는 것입니다. 주님은 방황하고 헤매는 우리들을 어둠에서 당신의 놀라운 빛 가운데로 이끌어 주십니다.(1베드 2,9 참조)
사랑과 평화, 생명과 구원을 전하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세상은 무신론적인 물질주의가 극성하고, 세상 곳곳에는 분쟁과 분열이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립과 이기적인 자기주장만을 일관하는 모습이 이어져 안타깝습니다. 각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살률과 이혼율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 적지 않은 가정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들은 늘 경쟁과 시험에 내몰려 힘들어하고, 많은 청년들은 취업의 어려움으로 불안한 미래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동안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웃들이 있습니다. 추운 거리의 노숙자와 이곳저곳에서 차별을 겪는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와 도시 빈민들이 여전히 고통과 불안 속에 인간의 존엄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둡고 답답한 세상에 빛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주님께서 가장 가난하고 비천한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신 것이 과연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깊이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랑의 주님을 닮아 좀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이 세상의 고통을 품을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 세상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방법에만 의존하지 않아야 합니다. 해결책은 하느님이 손수 인간이 되셔서 인간의 고통을 경험하셨던 성탄의 신비 안에 있습니다. 주님 모습을 닮아 우리도 겸손하게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 사회는 화합과 소통, 통합과 공존의 길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에 대한 우리 교회의 책임도 결코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교회가 외적인 발전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다 할지라도 내적으로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2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에서 “가난한 이를 위한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하시며 가난한 이들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이 세상의 문제들에 대한 어떠한 해결책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어떠한 교회 공동체든 ‘가난한 이들을 잊어도 그만’이라고 믿는다면 붕괴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하셨습니다. 우리 교회도 이 말씀을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신 예수님의 모습에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의 사랑으로써 소외된 이웃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 줍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 어두운 세상에 구원의 빛을 보여 줍시다. 우리들은 어떤 경우에도 두려움이나 좌절이 없이 신앙과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이웃사랑이라는 밝은 빛을 어두운 세상에 비추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성탄의 의미를 기억할 뿐 아니라 몸으로 성탄의 의미를 살아야 할 것입니다. 서로 나누고 사랑하며 섬기고 용서하는 삶을 살 때, 바로 그 삶 속에서 아기 예수님께서 새롭게 태어날 것이며 예수님의 성탄은 이 시간, 우리의 삶 속에서 구체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에 힘입어 우리 모두가 세상의 어두움을 밝히는 빛의 자녀로 다시 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함께 축하하며 하느님의 끝없는 은총과 평화, 그 생명의 빛이 우리와 온 세상에 충만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대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