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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인호 작가 장례미사 - 배우 안성기 사도요한 고별사 | 2013-0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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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인호 작가 장례미사 배우 안성기 사도요한 고별사
최 베드로. 인호 형님. 이제 그렇게도 의지하시고 사랑하시던 주님을 만나셨겠지요. 이 세상 왔다가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서둘러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주님의 부름이라 어쩔 수 없겠지만 서두른 발걸음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어린 나이에 작가로 등단하여 수많은 작품을 남긴 형님의 글쓰기는 어제의 참을 수 없는 긴 고통의 시간 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며 우리에게 위로와 감동과 기쁨을 주셨지요.
그런 형님과 함께 살아온 날들이 참으로 행복했고 감사했습니다. 인호형님은 오랫동안 함께 지내오면서 문득문득 저에게 도움이 되는, 살아가는데 지침이 되는 그런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것의 대부분은 이미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그런 내용이었지요. 오늘 그 중 하나를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함께 나눈 내용을 잠시 소개토록 하겠습니다. 그건 아마도 형님이 가톨릭에 귀의하여 막 영세를 받은 직후였던 것 같습니다.
“아우야, 성경말씀에 ‘원수를 사랑하라’(마태 5,43)는 말씀이 무슨 말인 줄 알겠냐?” 그 당연하고도 쉬운 질문에 저는 무슨 다른 뜻이 있을까, 눈만 껌뻑 거리고 있었지요. “그야말로 원수를, 적을, 나쁜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일까. 아냐, 그런 사람은 원수가 될 수 없어. 안보면 그만이니까.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자기와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이야. 그럼 가장 가까운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자기 아내, 자기 남편, 자기 자식, 자기 부모들이지. 이들을 열심히 사랑하라는 말이지.”
형님이 해준 그 말씀은 그날 이후로 제 가슴을 뜨겁게 하면서 아직까지도 마음속에 고스란히 살아있습니다. 인호형님은 이와 같은 주님의 말씀을 많은 글에서, 그리고 가톨릭 주보에도 연재하면서 참으로 큰 감명과 기쁨을 독자들에게, 신자들에게 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보라는 것이 성격상 함부로 할 수 없는 경건함과 엄숙함 때문에 보통은 주눅이 들어서 무난하고 점잖은 내용이 대부분이지요. 하지만 형님은 달랐습니다. 형님의 솜씨가 아니면 주님께서 곱게 봐주시지 않을 파격적인 글들을 통해 많은 신자들이 즐거워했고, 감동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주님과 더욱 친해지고,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지요.
형님, 이제 헤어질 때가 되었습니다. 모르셨나요? 형님이 점점 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변하셨던 것을? 어느 날 양복 상의에 반바지를 입고 거기에다 운동모자를 쓰고 제 앞에 나타난 적이 있었습니다. 조금은 이상한 행색의 형님에게서 놀랍게도 저는 한 소년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얼굴의 주름은 더 깊어지고, 그 단단하던 몸은 앙상하게 말랐지만, 천진난만한 미소는 얼마나 좋았는지요.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로 가지 못한다.”(마태 18,3)는 주님의 말씀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주님, 우리의 어린아이 최인호 베드로를 큰 팔 벌려 꼭 안아주십시오. 아멘.
또한 시와 같은 짤막한 문장을 여러분께 소개토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인호형이 2013년 9월 10일 아침에 구술한 것을 형수님이 받아 적은 시와 같은 짧은 글입니다. 마지막 유고가 되겠지요. “먼지가 일어난다. 살아난다. 당신은 나의 먼지. 먼지가 일어난다. 살아야 하겠다. 나는 생명, 출렁인다.” 아멘.
배우 안성기 (사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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