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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대주교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2013-08-08

“우리가 힘을 다해 이뤄야 할 것은 온 겨레의 참된 평화”

염수정 대주교 ‘성모 승천 대축일’메시지 

염 대주교, 남북한 당국에 “인도적인 조치의 무조건적 시행” 촉구

신자들에게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길” 당부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대주교는 오는 15일(목) 낮12시 명동대성당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미사 강론 중에 메시지를 낭독한다. (메시지 전문 첨부)
 
염 대주교는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를 통해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의 승천 대축일을 경축하면서 우리가 온 힘을 기울여 이뤄야 하는 것은 온 겨레의 참된 평화”라고 강조하면서, “남북한 화해는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의 지름길이며 필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염 대주교는 “남북의 화해를 위해서는 시급하고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해야할 것”이라며 남북한 당국에 “현재 중단된 이산가족들의 생사 확인, 서신 교류, 만남 등 가장 인도적인 조치를 다른 것보다 우선해 무조건적으로 시행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모든 문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분단의 상황에서 살고 있는 우리 교회에 대해서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기도하는 것”이라며 신앙인들이 기도 안에서 평화의 일꾼이 되길 당부했다.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전문은 서울대교구 주간 소식지인 ‘서울주보’ 8월 15일자에 실린다. 또한 서울대교구장 홈페이지(http://ysj.catholic.or.kr)와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eoul.archdiocese.kr), 선교문화봉사국 홈페이지(http://cc.catholic.or.kr)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서울주보’에서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매년 8월 15일을 ‘성모 승천 대축일’로 기념한다. 초대 교회부터 지켜온 ‘성모 승천 대축일’은 성모 마리아가 지상에서의 생활을 마친 후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로 불려 올라갔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국이 일제 치하에서 벗어난 8월 15일은 바로 ‘성모 승천 대축일’이었다. 이에 한국 천주교회는 광복을 성모 마리아의 선물로 여기고, 광복의 기쁨에 동참하며 민족의 해방에 감사하는 미사를 전국 성당에서 집전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은 매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때 광복절을 함께 기념하는 의미로 제대 양옆 기둥에 대형 태극기를 게양한다.
 
 

△2012년 8월 15일 명동대성당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가
신자들과 함께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2013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전문)
 
“서로 뜻을 같이하고 평화롭게 사십시오.”
(2코린 13, 11)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오늘은 우리 신앙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께서 지상 생활의 여정을 마치시고, 하늘로 올림을 받으셔서 영원한 생명을 얻으셨음을 기리는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신앙의 사건입니다. 왜냐하면 성모 마리아와 같이 승천하여 영원한 삶을 사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궁극적 희망이며,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이하여 “성모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의 형제들이 지상 여정에서 위험과 고통 중에 있는 것을 당신의 모성애로써 돌보아주시고, 이들을 행복한 고향으로 인도해 주신다.”(교회헌장 62항)는 믿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어려움을 성모님께서 전구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의 승천 대축일을 경축하면서 우리가 온 힘을 기울여 이뤄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온 겨레의 참된 평화입니다. 죄인들의 손에 넘어가기 전에 예수님께서는 비탄하는 제자들에게 평화를 선물하셨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요한 14,27)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란, 평화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자 그분의 제자로서 이 세상 안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해 파견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자 교황 요한 23세께서는 회칙 「지상의 평화」에서 “평화는 모든 시대의 인류가 깊이 갈망하는 것으로서 진리, 정의, 사랑, 자유 안에서 하느님께서 설정하신 질서를 충분히 존중할 때 비로소 회복될 수 있고 견고해진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시며, 그분께서 사람들을 갈라놓는 증오의 벽을 허무시고, 갈라진 두 편을 하느님과 화해시키셨다.”(에페 2,14 참조)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화를 원하시는 주님의 뜻에 따라 우리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만드신 질서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 믿음과 사랑을 회복하고, 진리와 정의를 실현할 때 이 세상에 참 평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어떠합니까? 정전 60주년이 지났는데도 우리 한반도는 여전히 남북으로 분단되어 끝없는 대립과 대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남북한의 화해는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의 지름길이며 필수 조건입니다. 그러므로 남북한이 이제는 불행하고 어두운 과거를 넘어서 밝고 희망적인 미래를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의 화해를 위해서는 시급하고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한 당국은 중단된 이산가족들의 생사 확인, 서신 교류, 만남 등 가장 인도적인 조치를 다른 것보다 우선하여 무조건적으로 시행해 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가족의 생사조차 모른 채 가슴의 한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계신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남북한 이산가족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시대적 소명입니다. 남북한이 열린 마음과 지혜로운 정책으로 인도적인 도움과 평화적인 교류를 늘려나가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남북한이 당면한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별히 분단의 상황에서 살고 있는 우리 교회가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는 신앙인인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기도는 화해와 일치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우리를 평화의 일꾼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 겨레는 분열과 미움을 버리고 사랑과 평화의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한반도가 인간의 존엄과 진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나라로 발전하여 서로 화해하고 평화를 누리는 그 날이 더욱 빨리 다가올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우리를 주님 뜻대로 인도하시고 이 모든 것을 도와주시길 간청합니다. 또한 온 겨레에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여!
우리 민족을 축복해 주시고 남북이 진정으로 화해를 이루는 날이 하루 빨리 올 수 있도록 하느님께 전구해주소서. 아멘.”

 
2013년 성모 승천 대축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