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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평생의 삶을 바친 고인을 기억합니다” | 2011-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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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평생의 삶을 바친 고인을 기억합니다” 정진석 추기경, 故 홍용희(비오)ㆍ한재순(미카엘라) 부부 애도
“자매님의 뜻이 이 세상에 더 널리 퍼져 더 많은 이들에게 은총과 선익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은 故 한재순(미카엘라)씨ㆍ故 홍용희(비오)씨 부부의 선종소식을 접하고 지난 7월 30일(토) 봉헌된 장례미사에서 추도사를 통해 부부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지난 26일, 28일 선종한 故 홍용희ㆍ한재순 씨 부부는 2010년 12월 10일 평생 모은 재산 9억 원을 교회 내 사업과 청소년들의 교육을 위해 서울대교구에 봉헌한 바 있다. 당시 한재순 씨가 교구장 집무실에서 정 추기경을 만나 기부금을 전달했다.
▲지난 26일, 28일 선종한 故한재순(미카엘라, 왼쪽)씨와 故홍용희(비오,오른쪽)씨 부부는 2010년 12월 10일 평생 모은 재산을 서울대교구에 봉헌했다.
사진은 생전의 부부.(사진제공 故홍용희ㆍ한재순씨 유족)
고인의 유족들은 “야채장사로 다섯 남매를 키운 부모님께서 큰돈을 마련할 방법은 단지 아끼는 것뿐이었다. 어머니는 늘 헤진 내의를 입으시고, 고기도 안 잡수셨다. 한겨울에는 난방도 없이 버티시며 근검절약 하셨다. 기부하신 돈은 단순히 돈이라기보다는 부모님의 삶 자체라고 본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특히 故 한재순 씨가 정 추기경을 방문했을 당시 그와 동행했던 고인의 둘째 딸은 당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 기부 사실을 알리라는 어머니 뜻에 따라 장례미사 후 가족들에게 어머니의 기부내용을 알렸다. 그 역시 자세한 금액은 장례 후에야 알게 됐다고 전했다. “기부하시는 모습을 보고서야 어머니의 절약습관을 이해했다. 나중에 어머니께 어떻게 그렇게 사셨냐고 여쭈니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쓰고 싶은 거 다 쓰면, 하느님 앞에 가져갈 게 뭐가 있겠느냐’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전했다. 또한 “추기경님께 기부를 하고 집무실을 나서며 콧노래를 부르시던 모습, 곧장 아버지가 계신 요양원으로 가 아버지 손을 잡은 채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기부 소식을 전하던 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날 피곤하셨을 텐데 어머니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감사기도를 새벽 4시까지 바치셨다. 어머니의 신심이 놀라웠다”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가족 모두 부모님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부모님처럼 살 것이라고 다짐했다.”며 “어머니의 기부로 차가운 세상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고인의 뜻을 밝혔다. 또한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기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故 홍용희 씨는 파킨슨병을 앓다 지난 7월 26일 82세를 일기로 선종했으며, 이틀 후 부인인 故 한재순 씨도 뇌출혈로 선종하면서 두 부부의 장례미사는 한 날 치러지게 됐다. 故 한재순 씨는 2004년 금호동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으며 향년 83세다. 슬하에 3남 2녀를 두었다.
다음은 정진석 추기경의 추도사 전문이다.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고 홍용희 비오 형제님, 한재순 미카엘라 자매님의 영혼이 주님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유가족들에게 하느님의 특별한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미카엘라 자매님을 처음 제 집무실에서 만난 순간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매님은 친정아버지 생전에 효도를 다 못해 늘 마음이 아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평화방송에서 저를 보고 친정아버지와 너무 많이 닮아 꼭 한번 만나보아야겠다고 생각하셨답니다. 그리고 제 집무실에서 저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날 자매님은 마치 친정아버지에게 용돈을 드리는 마음으로 저에게 교회의 사업과 청소년들의 교육을 위해 써달라며 자신의 전 재산을 교구에 기부하셨습니다. 그 돈은 자매님과 형제님이 평생 근검절약하며 모은 재산이었고 기부 결정은 자녀들과 상의 없이 홀로 결정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것이 단순히 재물이 아니라 부부 평생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매님은 모든 것을 봉헌하시고 나서는 너무 홀가분해 하시며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이 선행이 생전에 이웃에게 알려지기를 꺼려하셨던 자매님의 뜻이 있었기에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이렇게 감사를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고인의 이 숭고한 뜻을 유족들도 잘 이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자매님의 뜻이 이 세상에 더 널리 퍼져 더 많은 이들에게 은총과 선익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주님께서는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겠고, 또 살아서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신앙인에게 죽음은 새로운 생명을 위해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부활 신앙입니다. 따라서 부활을 믿는 신앙인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새로운 시작이 됩니다. 이 부활 신앙 때문에 고통과 죽음에서도 오히려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두 분의 영혼이 하느님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하며 남아 있는 우리도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기도와 사랑 실천으로 매일을 기쁘게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고인이 되신 두 분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드립니다.
2011년 7월30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언론홍보팀 서동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