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이야기]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 지오바니 벨리니(GIOVANNI BELLINI, c.1430-1516), 1487년경 제작, 패널 위 유화, 115x152cm, 카포디몬테 미술관, 이탈리아 나폴리 베네치아 화파의 대표적 화가 벨리니는 그림의 무대를 신비로운 공간이 아닌, 농부가 소를 몰고 지나가는 (왼쪽 상단)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목가적인 전원 속 언덕으로 묘사했다. 전경에는 부서진 나뭇가지 울타리와 언덕에 이르는 길처럼 보이는 작은 길이 있는데,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와 그림 속 성스러운 사건 사이에 자연스러운 경계를 만들면서도, 마치 우리가 울타리 너머의 현장에 직접 도달할 수 있을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림의 구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지상 세계를 나타내는 하단부에는 경외감에 휩싸인 제자들이 각기 다른 자세로 묘사되어 있다. 베드로는 경외감에 차서 무릎을 꿇고, 야고보는 강렬한 빛에 놀라 뒤로 넘어지듯 쓰러져 있으며, 요한은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돌려 경배하고 있다. 이처럼 생생하고 인간적인 제자들의 반응은,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17,5)라는 하느님의 음성 앞에서 느꼈을 그들의 경외와 두려움을 우리가 그대로 느끼게 한다. 천상 세계를 상징하는 상단부에는 예수님과 구약의 예언자인 모세와 엘리야가 고요하고 진지하며 정적인 모습으로 배치되어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벨리니는 베네치아 화파의 선구자답게 유화 물감을 사용하여 부드럽고 깊이 있는 색감을 창조하는데, 예수님의 옷은 마치 내부에서부터 빛을 발하는 것처럼 눈부신 흰색으로 표현되어 신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예수님의 오른쪽(우리가 보기에 왼쪽)에 선 모세의 겉옷은 연한 핑크빛인데, 이 또한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고 있으며, 다른 편에 선 엘리야의 붉은 겉옷은 마치 태양과도 같은 강렬하면서도 차분한 붉은색이다. 풍경은 배경으로 갈수록 옅은 푸른색과 회색빛을 띠며 흐릿해지는데, 이는 ‘대기 원근법’을 사용하여 공간의 깊이와 서정성을 더한다. 인물들에 사용된 풍부한 붉은색, 푸른색, 황금색은 서로 조화를 이루되, 햇살이 인물들과 그림 전체를 따뜻하고 은은하게 감싸 안아, 신성이 지상에서 발현되는 신비로운 순간을 조용히 강조한다. [2026년 3월 1일(가해) 사순 제2주일 군종주보 3면, 김은혜 엘리사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