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만나는 성화] 안토니오 다 코레조의 「목자들의 경배」 - 안토니오 다 코레조, 목자들의 경배, 1523~1530년경, 독일 드레스덴 미술관 1525년에서 1530년경, 이탈리아 화가 안토니오 다 코레조(Antonio Allegri da Correggio, 1489~1534년)가 그린 「목자들의 경배(Adorazione dei pastori)」는 성탄의 신비를 가장 따뜻하고도 감동적으로 표현한 성화이다. 이 그림의 중심에는 갓 태어난 아기 예수님이 있다. 놀라운 점은 빛이 횃불이나 별에서가 아니라, 바로 아기 예수님의 몸에서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그 빛은 성모 마리아와 요셉, 목자들, 그리고 하늘의 천사들의 얼굴을 환히 비추며, 어둠 속에 찾아온 참빛을 드러낸다. 성경이 말하는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요한 1,9)라는 것이 바로 이 장면에서 눈에 보이듯 그려진 것이다. 성모 마리아는 그 빛 앞에서 평온하게 아들을 바라본다. 다른 이들이 눈부심에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놀라움에 무릎을 꿇는 것과 달리, 오직 어머니인 마리아만은 그 빛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담대히 바라본다. 이는 하느님의 빛을 가장 먼저, 가장 깊이 받아들인 믿음의 여인, 성모님의 모습이다. 이 장면을 바라보며 우리도 묻게 된다. “나는 내 삶 속에서 비추어오는 하느님의 빛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그 빛을 두려워하며 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마리아처럼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목자들의 모습도 깊은 울림을 준다. 어떤 이는 모자를 벗고 경건히 무릎을 꿇으며 경배를 드리고, 또 어떤 이는 눈부심에 차마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이는 인간이 하느님의 영광 앞에서 느끼는 작은 존재의 한계이자, 동시에 그 빛을 향한 믿음의 갈망을 보여준다. 성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듯하다. “나는 목자들처럼 놀라움과 두려움 속에서도 주님께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하고 있는가?” 그림 위쪽에는 천사들이 구름 사이에서 환희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마치 하늘이 열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를 선포하는 듯하다. 그 빛과 노래 속에서 우리는 성탄의 기쁨이 단순히 아기 탄생의 기쁨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신 구원의 기쁨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또한 성화 곳곳에는 깊은 신학적 상징이 담겨 있다. 아기 예수님이 누운 짚단은 훗날 성체성사의 상징처럼 보이고, 마구간의 어두운 그늘은 십자가 수난의 예고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동시에, 저 멀리 새벽하늘이 밝아오는 빛은 부활의 희망을 암시한다. 다 코레조는 이처럼 한 폭의 그림 안에 ‘성탄?수난?부활’의 신비를 모두 담아내고 있다. 이 그림 앞에 서 있으면, 성탄이 단순히 아기의 탄생 이야기가 아니라, 어둠 속에 오신 참빛이신 그리스도의 신비임을 느끼게 된다. 우리 역시 목자들처럼 그 빛 앞에 무릎 꿇고, 성모님처럼 믿음의 눈으로 주님을 바라보도록 초대받는다. 그리고 내 삶 안에서도, 힘겨운 순간과 어두운 시간이 찾아올 때마다 이 성화를 기억하며, “주님께서 비추시는 빛은 나를 두려움에서 구원하는 빛”임을 되새길 수 있다. [2025년 11월 30일(가해) 대림 제1주일 대전주보 11면, 권영명 안드레아 신부(솔뫼 교구역사관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