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속 성경 이야기] 시스티나 경당의 ‘천지창조’ - 물을 갈라 뭍이 드러나다 - ‘물을 갈라 뭍이 드러나게 하다’, 1508-1512년,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1475-1564), ‘천지창조’ 천장화 중, 프레스코화, 로마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의 대표적인 회화 작품이라 하면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el)의 ‘천지창조’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사실 조각가였던 그가 천장화 작업을 맡게 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건축가 브라만테(Donato Bramante, 1444-1514)는 교황 율리우스 2세(Julius II, 재위 1503-13)를 부추겨 회화에 익숙하지 않은 미켈란젤로를 추천하여 망신 주려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놀랍게도 이 버거운 제안을 수락한 그는, 1508년~1512년, 무려 4년 동안 이 천장화 작업에 매달려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켰습니다. 이 걸작이 브라만테의 시기심 때문에 탄생했다니, 이 세상은 정말 예측불가한 일들로 가득합니다. 길이 40.93m, 폭 13.41m에 달하는 천장에는 구약의 ‘천지창조’ 외에 예언가들과 무녀 등이 등장하는데, 엄청난 규모도 놀랍지만 프레스코화(fresco)에 처음 도전하여 이른 결과가 이 정도라니 그저 경이로울 뿐입니다. 새로운 회화 기법을 익히느라 거의 일 년간 실패를 거듭한 미켈란젤로는 무려 20여 미터 높이의 비계에 올라서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그림을 그렸습니다. 작업 후에는 평생 지팡이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몸을 혹사했던 것이죠. 천장 주위에는 구약의 주요 장면과 인물들, 그리고 이교도 예언자들의 모습이 그려졌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재림, 즉 새로운 신약의 시대가 열렸음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이교도에서 구약 그리고 신약으로의 전개는 미켈란젤로가 학자들과의 진지한 신학적 논의 끝에 이른 것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를 유대인의 계보에 올림으로써 그리스도교를 정당화하고, 이교도의 예언자들이 언급한 메시아 역시 그분이라는 것을 일러줍니다. 천장 중앙에는 천지창조가 10개의 장면으로 전개되는데, ‘빛과 어둠을 가르는 하느님’, ‘태양과 달의 창조’, ‘물을 갈라 뭍이 드러나게 하다’, ‘아담의 창조’, ‘이브의 창조’, ‘인류의 타락’과 ‘에덴동산에서의 추방’, ‘노아의 제물’, ‘대홍수’, ‘노아의 만취’의 순서입니다. 당시 인본주의자들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이분법적 사고에 기초한 ‘신플라톤주의’(Neoplatonism), 즉 악(惡)적인 육체에서 벗어나 선(善)적인 정신으로의 초월을 이상으로 여긴 사상이 반영된 것으로, 그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지향한 이상적인 누드의 남성들에게서 지상의 아름다움을 초월한 천상의 이상향을 표현했습니다. 그중 ‘물을 갈라 뭍이 드러나게 하다’는 천지창조 중 세 번째 장면으로 진분홍빛 망토가 힘차게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의 하느님이 양팔을 들어 올리자, 물이 갈라지고 땅이 모습을 드러내는 경이로운 천지창조의 순간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백색의 풍성한 턱수염에 위엄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 하느님은 벌거벗은 근육질인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하늘을 날고, 바람에 휘날리는 분홍색 옷자락은 화면 전체에 놀라운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결단력 있는 단호함이 느껴지는 그의 손바닥과 근육질의 육체에서는 하느님의 절대적인 권위와 힘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거침없는 확신으로 물과 땅이 창조되었습니다. ““물 한가운데에 궁창이 생겨, 물과 물 사이를 갈라놓아라.” 하느님께서 이렇게 궁창을 만들어 궁창 아래에 있는 물과 궁창 위에 있는 물을 가르시자, 그대로 되었다”(창세 1,6-7). 이와 같이 태초의 위대한 창조의 바탕이 만들어졌습니다. 파란만장한 인류의 바탕이 만들어졌습니다. * 박혜원 소피아 : 저서 「혹시 나의 양을 보았나요」(2020) 「혹시 나의 새를 보았나요」(2023), 현 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2026년 5월 3일(가해) 부활 제5주일(생명 주일) 의정부주보 4면, 박혜원 소피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