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이야기] 필립보 성인의 순교 - 시몽 드 보스(Simon de Vos, 1603?1676), 1645?1648년경 제작, 구리 위 유화, 70x87.5cm, 릴 시립미술관(Palais des Beaux-Arts de Lille), 프랑스 필립보 성인이 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으로, 전설에 의하면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셨다고도 한다. 고통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십자가 위의 필립보 성인이 중앙에 보이고, 주변에는 십자가를 둘러싼 각양각색의 인간군상이 그려져 있다. 십자가에 사다리를 대고 올라가 있는 인물은 폭력을 행사할 거리가 더 남았는지 몽둥이를 내려치려는 순간의 모습이고, 밑에 있는 이도 힘껏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다. 말 위에 올라탄 군인들의 망토와 깃발, 말의 갈기와 역동적인 몸짓이 어우러져 이 순간의 긴박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인물들의 묘사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전적으로 타인의 폭력에 내맡겨진 필립보 성인의 모습과 대비되어 세상의 폭력과 혼란과 잔혹함이 생생하게 드러나게 한다. 또, 언덕 위의 아이들과 저 멀리 배경에서 보이는 행인들에게서는 이 사건이 단지 흥미로운 사건에 지나지 않는 무관심의 감정도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소용돌이 같은 폭력 속에서도, 필립보 성인의 존재는 오히려 더욱 고요하고 단단하게 느껴진다. 강한 빛이 그의 몸을 비추며 어둠 속에서 그를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그의 육체는 고통받고 있지만 영혼은 이미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는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듯 위로 나아가는 듯하다. [2026년 5월 3일(가해) 부활 제5주일(생명 주일) 군종주보 3면, 김은혜 엘리사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