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신부] 무거운 짐 진 자 모두 나에게 오라 - 칼 하인리히 블로흐, 무거운 짐 진 자 모두 나에게 오라, 1875년, 캔버스에 유채, 78x57cm, 호럽스 교회, 로더러프, 스웨덴. 칼 하인리히 블로흐(Carl Heinrich Bloch, 1834-1890)는 19세기 덴마크 코펜하겐 출신의 화가이다. 그는 부모의 바람대로 해군장교로 임관했지만 그에게 관심은 오직 그림뿐이었다. 그는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를 다니며 렘브란트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고, 렘브란트의 작품에 깊은 감동과 영감을 받았다. 그런데 그의 운명도 렘브란트처럼 아내를 일찍 잃고 아내를 잃은 슬픔을 종교화로 승화시켰다. 그러나 그의 색채와 표현기법은 카라치의 작품처럼 밝고 우아하다. 블로흐가 1875년에 그린 <무거운 짐 진 자 모두 나에게 오라>는 스웨덴 남부 작은 도시 로더러프(Loderup)에 있는 호럽스 교회(Horups Kyrka)의 중앙제단화이다. 예수님께서 두 팔을 벌려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장면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8-30) 바위 위에 서 계신 예수님께서는 두 팔을 벌려 교회로 오는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신다. 그분의 후광은 푸른 하늘에서 태양처럼 빛나고 있다. 그분은 세상의 빛으로 하늘에서 오셨기 때문이다. 그분은 순백의 옷을 입고 있고, 그분 망토의 끝은 금색 테두리로 값지게 장식되어 있다. 그분은 영광과 기쁨과 안식에로 사람들을 초대했기 때문이다. 그분의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예수님 곁에는 고뇌하는 이와 묶인 이와 눈먼 이와 다리 저는 이와 어린이와 여자들이 있다. 예수님께서는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루카 14,13) 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구원의 잔치에 누구를 초대하고 있는가? 만일 우리가 힘들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예수님처럼 ‘무거운 짐 진 자 모두 나에게 오라.’고 초대할 수 없다. [2019년 9월 1일 연중 제22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풍수원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