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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성미술 > 성화/이콘 해설

2026-04-22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예수님의 부활

[성화 이야기] 예수님의 부활

-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 1415?1492), 1460년경 제작, 프레스코화, 225x200cm, 산세폴크로 미술관(Museo Civico di Sansepolcro), 이탈리아

1944년 여름 연합군이 이탈리아를 공격하던 중, 영국 포병 장교 앤서니(토니) 클라크 중위는 독일군이 잠복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토스카나 지역의 산세폴크로(성스러운 묘, 즉 예수님이 매장되셨던 동굴/묘를 뜻함) 마을에 포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클라크 중위는 곧, 10대 시절 읽었던 알더스 헉슬리의 책에서 그가 산세폴크로 시청 건물 내부 벽에 프레스코화로 제작된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예수님의 부활>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그림”이라 칭송했던 것을 기억해내고, 상부의 포격 명령 앞에서 망설였다.

클라크 중위는 그 그림을 직접 본 적도 없었고, 독일군이 그 마을에 남아 있는지, 그림이 이미 파괴되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현지 첩보에 따르면 독일군은 이미 퇴각했지만, 이것이 잘못된 정보였다면 포격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군법 재판에 회부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미 2차대전 중 각종 전투로 잔뼈가 굵었던 클라크 중위는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격 명령을 실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결국 그의 선택은 옳았다. 독일군은 이미 철수했고 마을은 파괴되지 않았으며, 이 작품도 무사히 남아 우리가 이 ‘위대한’ 그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예수님의 시신을 덮었던 석관을 딛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예수님과 그 아래 속절없이 잠들어 있는 군인들을 산세폴크로 풍경을 배경으로 그린이 작품은 아직도 우리에게 부활에 대한 조용한 울림을 준다. 이 그림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헉슬리의 글과 클라크의 용단, 독일군 지휘부의 퇴각 결정, 현지 정보 등이 결합된 덕분이었지만, 아마도 이 이야기와 이 작품이야말로 예수님의 부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일화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2026년 4월 19일(가해) 부활 제3주일 군종주보 3면, 김은혜 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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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jpat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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