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이야기] 성체 논의 - 라파엘(Raphael, 1483?1520), 1509년경 제작, 프레스코화, 500x770cm, 바티칸 박물관(Vatican Museums), 바티칸 시국 이 작품은 바티칸 박물관 서명의 방(Stanzadella Segnatura)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로서, 신앙을 통한 진리의 탐구를 주제로 삼고 있다. 맞은편에 인간 이성과 철학에 대한 담론을 묘사하는 ‘아테네 학당’을 그린 라파엘은 본 작품을 통해 교리의 중심인 성체의 신비를 찬미하고 이를 통해 천상과 지상이 하나로 연결되는 세계를 그려내고자 했다. 이 주제는 작품 상단과 하단의 이중 구조를 통해 구체화 되었는데, 상단 천상계에는 성부· 성자·성령의 삼위일체가 수직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그 주위로 성모님과 세례자 요한, 그리고 구약과 신약의 성인들이 반원형으로 배치되어 ‘승리하는 교회’를 보여준다. 반면, 하단 지상계에는 제단 위 성체를 중심으로 교황, 신학자, 사상가들이 모여 세속적인 것들과 ‘전투하는 교회’를 형상화하였고, 이들은 성체의 의미에 대해 열띤 토론과 묵상을 거듭하고 있다. 천상과 지상을 가르는 이 구도 속에서 라파엘은 제단 위의 성체를 유일하고 핵심적인 연결고리로 설정했다. 특히 그림 하단의 바닥 타일과 인물들의 반원형 배치는 완벽한 일점 투시도법을 사용하여, 실제 공간이 그림 안쪽으로 무한히 확장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로 인해 우리는 방의 어느 위치에서 본 작품을 바라보아도 마치 그림 속 성스러운 논의의 장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강력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장치들은 우리를 성체 성사의 신비를 통한 영적인 묵상과 여정에 동참시키는 역할을 하며, 분리된 두 세계가 신앙의 힘을 통해 강력하게 연결되고 결속된다. 본 작품은 단순한 종교화를 넘어, 신앙과 이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궁극적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르네상스 정신의 정수라고 미술사학자들은 설명하는데, 라파엘은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신학적 주제를 보는 이가 직접 체험하는 듯한 생생한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렸다. [2026년 2월 15일(가해) 연중 제6주일 군종주보 3면, 김은혜(엘리사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