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이야기] 성전에서의 예수님 봉헌 - 비토레 카르파치오(Vittore Carpaccio, 1465-1526), 1510년경 제작, 패널 위 템페라화, 421x236cm, 갤러리아 델 아카데미아(Gallerie dell'Accademia), 이탈리아 베니스 2월 2일은 성탄 다음 40일째 되는 날인 주님 봉헌 축일이다. 이 작품은 화면 중앙에 제사장(혹은 시메온)이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고, 성모님은 조용한 순종의 몸짓으로 아기 예수님을 봉헌하는 루카 복음(2,22-40)에 묘사된 순간을 차분하게 포착하였다. 성전 내부의 단단한 대리석 구조와 고전적 건축 요소들(등장인물의 의복도 마치 조각상처럼 조심스럽게 잘 주름지어 접혀 있다.)은 성경 속 사건이 동시대의 현실적 시간 속에서 일어났음을 강조한다. 또한 베네치아 화파 특유의 따뜻하고 몽상적인 색조, 인물들의 절제된 몸짓과 침착한 태도는 성경 속 신성한 사건이 우리 앞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음을 부각한다. 전경의 천사들은 성전 바닥 가까이에 낮게 자리하고 있는데, 우리와 같은 공간 속에서 이 순간을 음악으로 찬미하며, 천상의 음악으로 감싸고 있다. 한 천사는 입으로 부는 목관악기인 크럼혼(crumhorn)을 불고 있고, 한 천사는 둥근 몸체의 류트(lute)를 손으로 켜고 있으며, 또 다른 천사는 활로 켜는 리라다 브라치오(lira da braccio), 즉 초기 바이올린 계열로 간주되는 악기를 들고 있다. 관악기와 현악기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신적 질서와 우주의 조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동시에 그림 밖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 없는) 음악을 통해, 우리와 그림 속 장면을 연결하여 우리도 인물들과 함께 시선과 음악을 나누며 이 순간을 목격하는 증인으로 존재하게 한다. [2026년 2월 1일(가해) 연중 제4주일 군종주보 3면, 김은혜 엘리사벳]





















